정갑수(53·금강산 배경 사진)
임시여권으로 남과 북 왕래한 재일동포 정갑수씨
1985년 이후 20년 넘게 일본에서 남과 북이 함께하는 `원코리아페스티벌’을 열고 있는 재일동포 2세 정갑수(53·금강산 배경 사진)씨는 요즘 남다른 감회에 휩싸여 있다. ‘재일조선인’이라는 신분이 남과 북, 일본에서 어떤 역사성과 현재성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16일 금강산에서 열린 `6·15 민족통일대회’에 `6·15공동선언실천민족공동위원회 일본지역위원회’의 한 사람으로 참가하기까지 그의 여정은 다른 국외동포 참가자 79명과 사뭇 달랐다. `재일 조선적’ 신분인 그는 한국 정부의 임시여권을 발급받아 입국한 뒤 한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재입국한 첫번째 사람으로 기록됐다.
‘재일 조선적’ 신분은 입국할 때마다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일회용 임시여권을 받아야 한다. 52년 대미강화조약 이후 일본 정부는 일본인 신분으로 강제동원한 재일동포의 일본 국적을 박탈하면서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들을 ‘조선적’이란 무국적 신분으로 남겨놓았다. 공식적으로 조선적은 북한 국적도 아니나 한국정부는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이번 행사 참가를 통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확인됐듯이 남북관계는 통상의 국가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라는 것을 재일한국인의 처지에서 실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3년 전 `6·15 민족통일대회’ 때 북한의 3년짜리 정식여권을 받아 베이징을 통해 들어갔던 그는 이후 자신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어 참가를 보류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교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다시 발길을 옮기게 됐다.
“이번에는 한국을 통해서 가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죠. 여권발급이 안 되면 포기할 참이었죠. 함께 간 재일동포 30명 가운데 몇 명은 한국 여권을 신청했으나 과거 활동을 이유로 거부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선적은 중국이나 미국 갈 때도 여권 대신 일본 출입국관리소가 발행하는 재입국 허가서만으로 다녀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적으로 바꾼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그는 조선적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고 했다.
“재일 조선적이나 한국적은 내게 국적이 아닙니다. 나는 남북의 균형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
그가 남북 대립이 첨예했던 85년 ‘남과 북은 하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화합과 통일의 무대를 올린 뒤 자금 문제와 출연진 섭외 등 갖은 어려움에서도 한해도 빠짐없이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뉴커머인 한국인 부인과 함께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이나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과 관련없는 제3의 민족학교인 ‘코리아국제학원’ 설립(올 4월 개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6·15 대회를 두고 일부의 친북적이라는 시각에 대해 그는 “오해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 개·폐막식이 예정보다 늦어진 것도 발표문과 조직 문제를 둘러싸고 참가자간 합의 도출에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다양성을 포용하면서 서로 존중하고 끈질기게 전진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통일운동이며 통일의 과정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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