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부 부처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과 여행경비 불법조성 등 탈법과 편법 실태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19일 2005년부터 2007년 5월 말까지 전국 30개 공공기관의 공무국외여행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공무보다는 관광위주로 일정을 짜거나(13개 기관 25건) △출장목적과 다르게 출장지를 선택한 경우(10개 기관 23건) △공무여행을 여행상품으로 대체하거나(5개 기관 7건) △공무수행을 명분으로 가짜 출장서를 제출한 경우(3개 기관 3건) 등 갖가지 편법과 악습이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도의회 소속 의원과 시·군 공무원 등 17명은 2005년 9월 해외축제 견학계획서를 만든 뒤 5400만원짜리 여행사 프로그램에 따라 동유럽 4개국을 순방했다. 한국전력공사 몇몇 직원들은 2006년 12월 이미 종료된 해외포럼에 참석한다며 가짜 출장계획서를 작성해 스위스에서 외유를 즐긴 뒤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검색해 출장보고서를 냈다가 적발됐다. 또 경기도와 산하 기초단체 세수담당 공무원 53명은 외국 기관과 사전에 방문협의조차 하지 않고 세입징수체계 연수를 명목으로 10일 동안 그리스 등 유럽 3개국을 둘러보면서 모두 2억여원을 여행경비로 썼다.

여행경비를 산하기관이나 이해단체에 전가한 사례도 상당수 적발됐다.

옛 건설교통부 직원 4명은 2006년 수문관측소 용역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 직원들과 함께 미국과 독일을 방문하면서 규정을 어기고 여행경비 3700만원을 용역비에 포함시켰다. 옛 기획예산처는 지난해 1월 주요국 중기 재정계획 수립과정을 연구한다며 유럽을 방문하면서 여비 5천여만원을 코트라에 떠넘겼고, 산업은행은 2005~2007년 국외여행 568건 가운데 146건의 여행경비 전액 또는 일부를 산하 다른 기관이 부담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급기관이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는 이유로 하급기관 직원을 대거 인솔해 단체관광을 일삼아 다녀온 사례도 적발됐다. 옛 행정자치부는 2006년 서울시 등 15개 시·도 지역경제 담당 공무원들과 함께 선진 지역경제 시찰을 명목으로 브라질 이과수 폭포 등을 방문하는 등 2005년~2007년 5월 사이 모두 76차례에 걸쳐 공무원 1500여명을 대동하고 단체 외유를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쓰인 국고는 모두 57억원에 이른다.

감사원은 정부와 공공기관 등 전국 603개 기관에서 최근 3년 동안 공무국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모두 25만7031명이며, 여행경비는 98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무로 국외 출장을 가겠다면서 여행상품을 구입해 외유를 즐겼거나, 가짜 출장계획서 또는 허위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혐의가 무거운 13개 기관 소속 공직자 32명에 대해서는 징계에 회부할 것을 해당 기관장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