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저녁 서울시청 앞 촛불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이 정부의 언론장악 움직임과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보도를 비판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문가 좌담
[1%를 위한 정책] 대전환 필요하다 ④언론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타오른 촛불이 지난주부터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 있는 여의도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권력기관이 총동원된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옥죄기 등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의도가 명백해지면서 ‘공영방송 수호’의 목소리가 그만큼 절박해진 것이다.
<한겨레>는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기도와 언론정책의 총괄적인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김영호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 공동대표와 양승동 한국피디연합회장 겸 한국방송 피디협회장,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가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이 정부가 방송 장악에 집착하는 것은 방송의 ‘조·중·동화’를 통해 정권 기반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집권 초반 모든 미디어를 장악하기 위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주의를 앞세워 방송의 공적기능을 해체하려는 시도도 이런 노림수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의 사영화(민영화)는 공공성 약화를 불러 결국 민주주의의 존립기반을 위협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방송사의 임기제 사장을 중간에 몰아내고 대통령의 특보 출신을 앉히려는 것은 명백한 ‘역주행’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들은 정부의 이런 시도가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력에 장악된 방송은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1인 미디어 시대’라는 언론지형의 변화를 고려할 때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좌담은 지난 17일 오전 한겨레신문사 6층 인터뷰실에서 강성만 한겨레 여론미디어팀장의 사회로 이뤄졌다.
정부, 시장주의 내세워 공공체제 허물기 시도
방송 중립성 흔들린땐 5공으로 회기 우려도 참석자들은 촛불시위 국면에서 시민들이 방송의 공공성이란 가치를 확인하게 된 점에 주목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식 보도의 문제를 절감하면서 방송마저 정권에 장악될 경우 나타날 왜곡 보도의 심각성을 크게 우려하게 됐다는 것이다. 촛불시위의 힘은 언론의 공공적 가치에 대한 버팀목을 더욱 강화시켜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사회: 국민 여론이 아직 정권의 방송 장악 움직임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양승동: 쇠고기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문제라 시민들이 많이 모였다. 방송은 일상생활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촛불시위 현장에선 방송장악의 문제점을 정확히 느끼고 있었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한국방송을 지켜야 한다며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놀라웠다. 시민 의식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토론장을 제공하면서 방송 장악과 같은 딱딱한 의제들도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됐다. 김서중: 쇠고기로 촛불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최소한 공영방송 장악의 문제점에 대해선 인식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쇠고기 문제를 얘기하면서 두 가지 교훈을 얻는다. 한번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구나, 또 뭐든지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점이다. 방송이 장악될 경우 몇몇 신문이 보여주는 왜곡보도가 더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다. 현장에 나온 사람들은 이런 부분을 더욱 쉽게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김영호: 쇠고기 문제에서 방송과 조·중·동 보도가 차이가 났다. 쇠고기를 통해 방송의 공공성이란 가치를 확인하고 방송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확인하게 된 것이다. 양승동: 한국방송 앞 촛불시위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을 들어보았다. 이들이 (상황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온라인에 의견들을 올리면서 자연스레 전자 민주주의를 형성하고 있다. 사회: 방송이 중립적 위치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언론 구도는 다시 5공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지식인 사회와 진보·개혁 진영 내부에서는 이런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서중: 언론학계는 기본적으로 방송의 공공성을 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진보적인 학자들도 오래 전부터 방송이나 언론의 공공성 문제가 중요하다고 얘기해 왔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개혁을 요구해야 할 것인지다. 문제의식은 확실히 공유하고 있으며 실천으로 나서리라 기대하고 있다. 김영호: 이 정권이 왜 방송을 장악하려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 정권은 방송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권력을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언론을 장악해야 정권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신문매체는 조·중·동이 있으나, 이른바 ‘좌파성향’의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을 장악해야만 정권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른바 시장주의를 표방하며 공공체제를 허물려 하고 있다. (정부의) 뜻대로 될 수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이지만, 정권이 방송을 장악했을 때의 결과에 대해 이 정권 사람들은 오판하고 있다. 국민의 의식과 교육수준이 20년 전과는 다르다. (정권에 장악된) 방송을 믿지 않게 되고, 보지 않게 된다. 1인 미디어시대에 누가 방송을 보겠나? 한나라당은 20, 30년 박제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KBS 장악해도 언론장악 못해…정부 ‘헛짓’
노조, 외부와 연대 공공성 강화 제구실해야 한국방송의 공공성 수호에는 노조의 구실이 중요하다는데 이론이 없었다. 하지만 현 노조가 제 구실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노조가 정권의 협조자 노릇을 하면서 언론 자유에 맞서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노조가 외부와의 연대·대화를 통해 방송의 공공성 수호를 위한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사회: 정부는 노골적으로 방송 장악에 나서고 있다. 감사원에 이어 국세청, 검찰까지 나섰다. 한국방송 노조도 정연주 사장 퇴진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김영호: 현 집권세력은 (뉴스의) 유통경로를 장악해야 권력을 장악한다고 믿고 있는데, 그것은 낡은 이론이다. 30년 전에는 전파·활자 매체만 있었다. 이런 사고방식에 매달려 있으니 국가적 총동원 체제로 한국방송을 장악하려 한다. 한국방송을 장악해도 다양한 유통경로가 있기 때문에 언론을 장악하지 못한다. 헛짓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한국방송 구성원의 문제다. 지금 한국방송 구성원 중 상당수는 권력지향적 사람들이 상층부를 포진하고 있다. 스스로 언론자유를 포기하고 있다. 나는 정연주 사장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본질적으로는 한국방송이라는 공영방송을 지키는 문제다. 정 사장 말고 (과거 정권에서 임명한)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은 안 쫓아내겠는가. 한국방송을 장악하려면 자기의 심복을 심어야 한다. 한국방송의 일부 직원들은 본질적인 내용을 모르고 좋게 말하면 협조자 내지 동조자, 나쁘게 표현하면 언론 자유를 거역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구성원들이 지켜야지 외부사람들이 지키는 것이 아니다. 양승동: 한국방송 내부 구성원들이 결집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방어해 주는 형국이다. 한국방송 구성원의 대표성이 크게 노조에 있다. 노조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고 강화하는 데서 제구실을 해 왔느냐는 질문이 내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방송 노조가 외부와 대화·연대하지 않고 고립적이고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리가 있다. 한국방송 내부에서 근래 노조에 외부와 더 토론하고 연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영호: 한국방송은 국민의 것이다. 그런데 소유물로 착각하고 소유물을 지키려고 한다. 김서중: 사실 방송이 자기 문제를 직접 얘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촛불집회에 참여하거나, 국민적 현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누리꾼들이 방송사를 주목하면서 앞으로 이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는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런 기반은 갖춰지고 있는데 안 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한국방송 노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 만약 정부의 심복이라는 사람이 차기 사장으로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노조는 항상 자기들이 막을 거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막을 수 있는 힘은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내부에서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또 밖에서 호응을 얻어낼 수 있는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노조는 첫번째 노력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정 사장 퇴진 이후 대처하겠다고만 하고 있다. 노조가 정 사장 나가고 심복 들어올 길을 다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영호: 권력의 속성은 똑같다. 언론을 잡아야 권력을 강고하게 유지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는데 이 정권에선 범위를 넓혀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김서중: 과거엔 공모절차 없이 그냥 ‘심었다’. 지금은 공식적으로나마 공모절차가 있다. 지난 2003년 초 한국방송 사장으로 서동구씨가 임명됐을 때 단지 대통령 후보 언론자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장을 그만두는 상황까지 갔다. 지금은 공모절차를 통해 특보를 앉히는, 거꾸로 가는 상황이다. 문제는 임기제인데도 중간에 잘라내면서 들어가고, 그것도 특보 출신을 앉히려는 데 있다. 양승동: 매체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인터넷이 나름의 몫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와이티엔>에 낙하산 사장이 왔을 때 신뢰도가 많이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결국 구성원들이 손해를 본다. 그래서 와이티엔도 노조 중심으로 상당히 저항하고 있다. 와이티엔은 사장을 응모할 때 내부에서 저 분 괜찮겠다 하는 사람은 거의 응모하지 않았다. 형식적인 절차라고 본 것이다. 방송사 수입 좇다 프로그램 저질화 초래
프랑스, 80년대 민영화→공사형 체제 복귀 방송광고 배정권을 갖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에 대통령 특보 출신이 임명된 데 대해 토론자들은 심각하게 우려했다. 방송광고 시장을 경쟁 체제로 몰아감으로써 방송의 사영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는 또 프로그램의 저질화와 여론의 다양성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사회: 이명박 정부는 언론에 대해 시장주의와 자율을 강조했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이나 공영방송 민영화가 대표적인 정책이다. 현 정부 언론정책을 총론적으로 평가한다면? 김영호: 이 정부는 조·중·동 세 우군과 같은 소리를 다른 언론도 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신방 겸영 허용이나 공영방송 민영화도 이런 맥락이다. 지상파 방송을 조·중·동한테 맡기면 자기들이 원하는 소리 나온다고 보는 것이다. 100일 동안 쏟아낸 이명박 정책은 국가 해체다. 국가의 기능을 모두 사유화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이라는 단어로 포장해 공적기능을 해체하려고 한다. 현 정권은 방송의 조·중·동화를 기대한다. 김서중: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신방 겸영을 허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도 신문은 방송뉴스를 포함하는 채널만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해당 지역의 상위 4대 매체에 대해선 신방 겸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김영호: 민주주의는 여론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현 정권의 언론정책은 여론의 다양성을 파괴해 조·중·동 중심의 획일성을 조성하려 한다. 집권 초기에 모든 미디어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 한국방송을 빨리 장악해 같은 목소리를 내도록 하고 싶어한다. 사회: 현 정부는 코바코 독점 체제를 해체하고 방송광고 시장을 경쟁체제로 바꾸려 하고 있다. 김영호: 방송사 돈줄을 쥐고 있는 코바코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 특보 출신인 양휘부씨의 무혈 입성이 이뤄지고 있다. 조직원들이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이 와야 자기들의 이익을 지킬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방송광고 시장이 경쟁체제로 가면 언론의 다양성이 파괴된다. 지방이나 종교, 소수지의 존립기반이 없어진다. 상업적 이익을 대변하는 거대매체만 남는다. 여론의 다양성이 파괴된다. 김서중: 코바코가 민영으로 가면 광고단가를 올리거나 방송수익 극대화 추구로 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시청률 높이기 위주가 되면서 프로그램 저질화를 초래한다. 시청자들에게 악영향을 준다. 양승동: 이것이 언론계에서 이슈가 되어야 하는데 관심있는 사람들만 알지 잘 모른다. 김서중: 민영화 지지론자들은 현재 공영방송 비율이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새 매체들은 모두 사영 형태다. 케이블, 아이피 티비 등. 그래서 오히려 <에스비에스>도 공적 의무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10여년 사이에 방송법을 개정하면서 시청자 주권개념을 많이 도입했다. 시청자위원회를 개설하고, 시청자 요구사항을 받아주고 있다. 시청자가 프로그램 제작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한국방송의 열린채널은 전세계에서 유일하다. 이런 모든 것들이 시청자 권익과 방송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다. 거꾸로 방송 사영화는 산업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방송사들이 경쟁하라는 얘기다. 문제되는 몇몇 신문들의 견해만 남는다. 소수의 의견이 거의 반영 안 된다.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프랑스가 1980년대 우파정부 들어서 국영방송을 없애고 민영방송 체제를 만들었다. 이 결과 방송의 사회적 폐해가 많이 나타나자 공영방송을 다시 만들었다. 공사형 체제로 돌아왔다. 사회: 최근 언론·시민단체들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퇴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왜 최시중인가? 양승동: 방송사 인허가권 등 방통위 권한이 막강하다. 한국방송 이사 추천권을 갖고 있고, 그 이사들이 한국방송 사장을 추천한다. 방송 구도 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단체의 수장을 정치적 인물인 대통령 최측근을 임명해 놓은 것은 방송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다. 김서중: 최시중씨가 김금수 전 한국방송 이사장을 몇 번 만나더니 한국방송 이사장이 사퇴했다. 우리가 의심하는 현 정권의 방송장악 계획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본다.
정리/강성만 기자·정윤의 sungman@hani.co.kr, 사진/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시민들이 17일 저녁 서울 남대문로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 본사 앞에서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방송특보였던 구본홍씨의 와이티엔 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방송 중립성 흔들린땐 5공으로 회기 우려도 참석자들은 촛불시위 국면에서 시민들이 방송의 공공성이란 가치를 확인하게 된 점에 주목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식 보도의 문제를 절감하면서 방송마저 정권에 장악될 경우 나타날 왜곡 보도의 심각성을 크게 우려하게 됐다는 것이다. 촛불시위의 힘은 언론의 공공적 가치에 대한 버팀목을 더욱 강화시켜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사회: 국민 여론이 아직 정권의 방송 장악 움직임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양승동: 쇠고기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문제라 시민들이 많이 모였다. 방송은 일상생활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촛불시위 현장에선 방송장악의 문제점을 정확히 느끼고 있었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한국방송을 지켜야 한다며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놀라웠다. 시민 의식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토론장을 제공하면서 방송 장악과 같은 딱딱한 의제들도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됐다. 김서중: 쇠고기로 촛불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최소한 공영방송 장악의 문제점에 대해선 인식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쇠고기 문제를 얘기하면서 두 가지 교훈을 얻는다. 한번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구나, 또 뭐든지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점이다. 방송이 장악될 경우 몇몇 신문이 보여주는 왜곡보도가 더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다. 현장에 나온 사람들은 이런 부분을 더욱 쉽게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김영호: 쇠고기 문제에서 방송과 조·중·동 보도가 차이가 났다. 쇠고기를 통해 방송의 공공성이란 가치를 확인하고 방송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확인하게 된 것이다. 양승동: 한국방송 앞 촛불시위 참가자들의 자유발언을 들어보았다. 이들이 (상황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온라인에 의견들을 올리면서 자연스레 전자 민주주의를 형성하고 있다. 사회: 방송이 중립적 위치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언론 구도는 다시 5공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지식인 사회와 진보·개혁 진영 내부에서는 이런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서중: 언론학계는 기본적으로 방송의 공공성을 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진보적인 학자들도 오래 전부터 방송이나 언론의 공공성 문제가 중요하다고 얘기해 왔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개혁을 요구해야 할 것인지다. 문제의식은 확실히 공유하고 있으며 실천으로 나서리라 기대하고 있다. 김영호: 이 정권이 왜 방송을 장악하려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지금 정권은 방송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권력을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언론을 장악해야 정권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신문매체는 조·중·동이 있으나, 이른바 ‘좌파성향’의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을 장악해야만 정권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른바 시장주의를 표방하며 공공체제를 허물려 하고 있다. (정부의) 뜻대로 될 수 있느냐는 또다른 문제이지만, 정권이 방송을 장악했을 때의 결과에 대해 이 정권 사람들은 오판하고 있다. 국민의 의식과 교육수준이 20년 전과는 다르다. (정권에 장악된) 방송을 믿지 않게 되고, 보지 않게 된다. 1인 미디어시대에 누가 방송을 보겠나? 한나라당은 20, 30년 박제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KBS 장악해도 언론장악 못해…정부 ‘헛짓’
노조, 외부와 연대 공공성 강화 제구실해야 한국방송의 공공성 수호에는 노조의 구실이 중요하다는데 이론이 없었다. 하지만 현 노조가 제 구실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노조가 정권의 협조자 노릇을 하면서 언론 자유에 맞서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노조가 외부와의 연대·대화를 통해 방송의 공공성 수호를 위한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사회: 정부는 노골적으로 방송 장악에 나서고 있다. 감사원에 이어 국세청, 검찰까지 나섰다. 한국방송 노조도 정연주 사장 퇴진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김영호: 현 집권세력은 (뉴스의) 유통경로를 장악해야 권력을 장악한다고 믿고 있는데, 그것은 낡은 이론이다. 30년 전에는 전파·활자 매체만 있었다. 이런 사고방식에 매달려 있으니 국가적 총동원 체제로 한국방송을 장악하려 한다. 한국방송을 장악해도 다양한 유통경로가 있기 때문에 언론을 장악하지 못한다. 헛짓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한국방송 구성원의 문제다. 지금 한국방송 구성원 중 상당수는 권력지향적 사람들이 상층부를 포진하고 있다. 스스로 언론자유를 포기하고 있다. 나는 정연주 사장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본질적으로는 한국방송이라는 공영방송을 지키는 문제다. 정 사장 말고 (과거 정권에서 임명한)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은 안 쫓아내겠는가. 한국방송을 장악하려면 자기의 심복을 심어야 한다. 한국방송의 일부 직원들은 본질적인 내용을 모르고 좋게 말하면 협조자 내지 동조자, 나쁘게 표현하면 언론 자유를 거역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구성원들이 지켜야지 외부사람들이 지키는 것이 아니다. 양승동: 한국방송 내부 구성원들이 결집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방어해 주는 형국이다. 한국방송 구성원의 대표성이 크게 노조에 있다. 노조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고 강화하는 데서 제구실을 해 왔느냐는 질문이 내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방송 노조가 외부와 대화·연대하지 않고 고립적이고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리가 있다. 한국방송 내부에서 근래 노조에 외부와 더 토론하고 연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영호: 한국방송은 국민의 것이다. 그런데 소유물로 착각하고 소유물을 지키려고 한다. 김서중: 사실 방송이 자기 문제를 직접 얘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촛불집회에 참여하거나, 국민적 현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누리꾼들이 방송사를 주목하면서 앞으로 이 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는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런 기반은 갖춰지고 있는데 안 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한국방송 노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 만약 정부의 심복이라는 사람이 차기 사장으로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노조는 항상 자기들이 막을 거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막을 수 있는 힘은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내부에서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또 밖에서 호응을 얻어낼 수 있는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노조는 첫번째 노력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정 사장 퇴진 이후 대처하겠다고만 하고 있다. 노조가 정 사장 나가고 심복 들어올 길을 다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영호: 권력의 속성은 똑같다. 언론을 잡아야 권력을 강고하게 유지할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는데 이 정권에선 범위를 넓혀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김서중: 과거엔 공모절차 없이 그냥 ‘심었다’. 지금은 공식적으로나마 공모절차가 있다. 지난 2003년 초 한국방송 사장으로 서동구씨가 임명됐을 때 단지 대통령 후보 언론자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장을 그만두는 상황까지 갔다. 지금은 공모절차를 통해 특보를 앉히는, 거꾸로 가는 상황이다. 문제는 임기제인데도 중간에 잘라내면서 들어가고, 그것도 특보 출신을 앉히려는 데 있다. 양승동: 매체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인터넷이 나름의 몫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와이티엔>에 낙하산 사장이 왔을 때 신뢰도가 많이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결국 구성원들이 손해를 본다. 그래서 와이티엔도 노조 중심으로 상당히 저항하고 있다. 와이티엔은 사장을 응모할 때 내부에서 저 분 괜찮겠다 하는 사람은 거의 응모하지 않았다. 형식적인 절차라고 본 것이다. 방송사 수입 좇다 프로그램 저질화 초래
프랑스, 80년대 민영화→공사형 체제 복귀 방송광고 배정권을 갖고 있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에 대통령 특보 출신이 임명된 데 대해 토론자들은 심각하게 우려했다. 방송광고 시장을 경쟁 체제로 몰아감으로써 방송의 사영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는 또 프로그램의 저질화와 여론의 다양성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사회: 이명박 정부는 언론에 대해 시장주의와 자율을 강조했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이나 공영방송 민영화가 대표적인 정책이다. 현 정부 언론정책을 총론적으로 평가한다면? 김영호: 이 정부는 조·중·동 세 우군과 같은 소리를 다른 언론도 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신방 겸영 허용이나 공영방송 민영화도 이런 맥락이다. 지상파 방송을 조·중·동한테 맡기면 자기들이 원하는 소리 나온다고 보는 것이다. 100일 동안 쏟아낸 이명박 정책은 국가 해체다. 국가의 기능을 모두 사유화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이라는 단어로 포장해 공적기능을 해체하려고 한다. 현 정권은 방송의 조·중·동화를 기대한다. 김서중: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신방 겸영을 허용해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도 신문은 방송뉴스를 포함하는 채널만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해당 지역의 상위 4대 매체에 대해선 신방 겸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김영호: 민주주의는 여론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현 정권의 언론정책은 여론의 다양성을 파괴해 조·중·동 중심의 획일성을 조성하려 한다. 집권 초기에 모든 미디어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 한국방송을 빨리 장악해 같은 목소리를 내도록 하고 싶어한다. 사회: 현 정부는 코바코 독점 체제를 해체하고 방송광고 시장을 경쟁체제로 바꾸려 하고 있다. 김영호: 방송사 돈줄을 쥐고 있는 코바코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 특보 출신인 양휘부씨의 무혈 입성이 이뤄지고 있다. 조직원들이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이 와야 자기들의 이익을 지킬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방송광고 시장이 경쟁체제로 가면 언론의 다양성이 파괴된다. 지방이나 종교, 소수지의 존립기반이 없어진다. 상업적 이익을 대변하는 거대매체만 남는다. 여론의 다양성이 파괴된다. 김서중: 코바코가 민영으로 가면 광고단가를 올리거나 방송수익 극대화 추구로 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시청률 높이기 위주가 되면서 프로그램 저질화를 초래한다. 시청자들에게 악영향을 준다. 양승동: 이것이 언론계에서 이슈가 되어야 하는데 관심있는 사람들만 알지 잘 모른다. 김서중: 민영화 지지론자들은 현재 공영방송 비율이 높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새 매체들은 모두 사영 형태다. 케이블, 아이피 티비 등. 그래서 오히려 <에스비에스>도 공적 의무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10여년 사이에 방송법을 개정하면서 시청자 주권개념을 많이 도입했다. 시청자위원회를 개설하고, 시청자 요구사항을 받아주고 있다. 시청자가 프로그램 제작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한국방송의 열린채널은 전세계에서 유일하다. 이런 모든 것들이 시청자 권익과 방송 서비스의 중요성을 인식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다. 거꾸로 방송 사영화는 산업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방송사들이 경쟁하라는 얘기다. 문제되는 몇몇 신문들의 견해만 남는다. 소수의 의견이 거의 반영 안 된다.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프랑스가 1980년대 우파정부 들어서 국영방송을 없애고 민영방송 체제를 만들었다. 이 결과 방송의 사회적 폐해가 많이 나타나자 공영방송을 다시 만들었다. 공사형 체제로 돌아왔다. 사회: 최근 언론·시민단체들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퇴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왜 최시중인가? 양승동: 방송사 인허가권 등 방통위 권한이 막강하다. 한국방송 이사 추천권을 갖고 있고, 그 이사들이 한국방송 사장을 추천한다. 방송 구도 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단체의 수장을 정치적 인물인 대통령 최측근을 임명해 놓은 것은 방송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다. 김서중: 최시중씨가 김금수 전 한국방송 이사장을 몇 번 만나더니 한국방송 이사장이 사퇴했다. 우리가 의심하는 현 정권의 방송장악 계획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본다.
[1%를 위한 정책] 대전환 필요하다 ④언론 / 참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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