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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도로 막는 경찰버스, 법 근거 어디?

등록 2008-06-10 14:36

경찰 차벽 위법 논란
근대화된 민주국가에서 폭력으로 간주되는 건 반드시 물리력이나 언어를 통해 누군가에게 직접적 해를 가하는 행위만이 아니다. 이동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막는 행위도 소극적 폭력 행위에 해당한다. 그런 점에서 촛불시위대가 청와대로 향하는 걸 막기 위해 경찰이 경찰버스를 이용해 서울 세종로의 왕복 16차로와 인도, 부근 골목길까지 전부 막은 최근의 행태는 위법의 요소가 강하다.

경찰의 차벽도 ‘촛불’만큼이나 진화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 때만 해도 경찰버스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빙 둘러싸 집회 참가자들과 다른 시민 사이를 갈라놓는 구실만 했다. 그마저도 경찰의 법 집행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도로를 아예 막아서는 형태의 차벽이 나타난 것이다.

경찰이 근거로 드는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다.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 장전배 경찰청 경비과장은 “청와대와 주한 미대사관, 정부청사 등 국가 주요 시설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이 차벽을 치지 않더라도 시위대가 세종로 앞에 연좌하기 때문에 교통은 막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목 하나 들지 않고 평화롭게 진행되는 촛불시위를 놓고 ‘범죄행위가 눈앞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보는 건 억지다. ‘다른 사람이나 재산에 큰 손해를 끼칠 우려’도 없고 ‘긴급’하지도 않다. 경찰관직무집행법 1조 2항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을 한 번쯤 되새겨봤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경찰은 시위대가 청와대 코앞까지 다가갔을 때 닥칠 권력 핵심부의 추궁을 회피하기 위해 미리 손을 쓰고 있다고 하는 편이 되레 솔직할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가 6월10일을 즈음해 경찰의 차벽 설치에 대해 위헌심판 제청을 하려는 까닭도 이런 문제제기에 맞닿아 있다. 한 교수는 “경찰의 차벽은 집회하는 사람의 통행을 막을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집회의 목적을 알리고 동참을 불러일으키는 측면까지 포함된 집회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며 “경찰이 도로를 가로막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요즘 촛불들은 ‘준법 질서’라고 적힌 경찰버스에 ‘주차 위반’ 딱지를 붙이고 있다.

<한겨레21>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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