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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기(60·사진)
박한기 소피텔앰배서더 사장…고객 중심 경영으로 변화 주도
1987년 가을 서울 ㅅ호텔. 30대 후반 남자가 프런트 앞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체크인·아웃 수속하려는 손님들이 한 직원 앞에 줄 서 있었다. 그 직원 옆에는 똑같은 제복을 입은 다른 직원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손님이 없었다. 손님 몇 명이 옆자리 직원 앞에 섰다. “저는 숙박비 계산만 담당하는 캐시어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남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한기(60·사진) 소피텔앰배서더서울 사장(당시 ㅅ호텔 인사부장)의 ‘싸움’은 다음날 벌어졌다.
박 사장은 호텔에서 일하기 전 73년부터 7년 넘게 항공사에서 일했다. 그는 컴퓨터도 없이 손수 비행기 티켓 업무를 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미국행 손님의 비자를 일일이 받아 확인했다. 비자 없는 손님에게 비행기표를 끊어줬다간 현지 공항에서 벌금을 물어야 했다. 500달러의 벌금에 한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비행기표도 항공사가 물어야 했다. 매일 저녁 7시께 미국행 비행기를 떠나보낸 뒤, 혹시 티켓 업무에 실수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박 사장은 뜬눈으로 밤을 새워야 했다. 이처럼 고객 서비스에 대한 혹독한 훈련을 쌓은 박 사장은 그날 광경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직책 구분은 투숙객들에게 무의미했다. 그들에게는 체크인 담당이냐 캐시어냐는 직책의 구분이 아니라, 똑같은 제복을 입었다는 사실만 중요했다. 박 사장은 손님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책 구분을 없애고 모든 프런트 직원이 구분 없이 체크인·아웃 및 캐시어 업무를 해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 뒤 “호텔업을 모르는 소리”라는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박 사장은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한달 뒤 손님들로부터 칭찬이 쏟아졌다.
소피텔앰배서더서울호텔이 지난 4월 특1등급 호텔로 승격한 데는 박 사장의 이런 서비스 철학이 숨어 있다. 그는 “이전까지 ‘고급호텔’을 정의하는 데 하드웨어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고급호텔 기준의 60%는 고객서비스가 차지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뷔페 레스토랑의 손님을 일대일로 서비스하는 ‘버틀러(집사) 서비스’는 이런 취지에서 태어났다.
소피텔앰배서더서울은 서울 장충동에 특장을 살려 장충족발과 오장동냉면을 메뉴에 도입할 예정이다. ‘로컬’(지역적)이 ‘글로벌’(세계적)이 되는 것이란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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