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비정규지부 노조원 전용철(40) 코스콤비정규지부 노조원 전용철(40)](http://img.hani.co.kr/imgdb/resize/2008/0526/03041337_20080526.jpg)
코스콤비정규지부 노조원 전용철(40)
“오늘처럼 달리면 이기리라 믿어”
용역직원에 맞아 피흘렸던 주인공
비정규직 문제 알리려 농성중 도전
“등 두드리던 동료들 떠올리며 힘내”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입에선 단내가 나고, 구역질이 올라왔다. 51㎞를 헤엄치고, 달려온 두 다리는 힘이 빠져 제멋대로 휘청거렸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가슴에 매단 ‘비정규직 철폐’, ‘코스콤 문제 해결 촉구’라고 쓰인 띠를 힘껏 움켜쥐었다.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앞 천막농성장에서 8개월을 동고동락해온 비정규직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꼭 완주해달라”고 등을 두드려준 그들이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힘을 내야 했다. 반드시 끝까지 달려야 했다. 코스콤비정규지부 노조원 전용철(40)씨는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08 서울국제트라이애슬론’ 경기를 그렇게 완주했다. 수영 1㎞, 사이클 40㎞, 달리기 10㎞의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 그의 기록은 2시간42분 54초. 예년에 비하면 20분 뒤진 ‘형편없는’ 성적이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8개월째 파업에 참여하면서 운동을 전혀 하지 못해 몸무게가 10㎏이 넘게 늘었어요. 연습도 겨우 열흘 남짓 했구요. 성적이 나빠진 게 당연하죠. 어차피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고 싶어서 참가한 대회거든요. 완주한 데 만족해요.” 1991년 코스콤의 하도급업체에 입사해 17년 동안 증권사 장비 설치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전씨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해 9월부터 파업 중이다. 그는 3월11일 새벽 서울영등포구청이 용역직원을 동원해 여의도 농성장을 철거했을 때 피를 흘리며 업혀가는
사진(자료사진)에 찍힌 당사자이기도 하다.
“농성장 철거를 막겠다고 천막에 쇠줄로 제 몸을 묶고 앉아 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용역직원들이 취재 카메라를 가리고 구둣발로 머리를 사정없이 걷어차기 시작하는 거예요. 코에서 피가 흘러나오더니, 순식간에 정신을 잃었죠.”
그는 당시 타박상과 뇌진탕으로 2주 동안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 뒤로도 한동안 두통에 시달렸고, 아직도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노동부와 검찰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는데도, 회사쪽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그런지 더 기고만장해진 것 같아요. 세상의 눈이 무섭지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들 뜻대로만 되지는 않을 겁니다. 오늘 힘껏 달린 것처럼, 온몸으로, 끝까지 싸우면 언젠간 이길 거라고 믿어요.” 글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비정규직 문제 알리려 농성중 도전
“등 두드리던 동료들 떠올리며 힘내”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입에선 단내가 나고, 구역질이 올라왔다. 51㎞를 헤엄치고, 달려온 두 다리는 힘이 빠져 제멋대로 휘청거렸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가슴에 매단 ‘비정규직 철폐’, ‘코스콤 문제 해결 촉구’라고 쓰인 띠를 힘껏 움켜쥐었다.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앞 천막농성장에서 8개월을 동고동락해온 비정규직 동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꼭 완주해달라”고 등을 두드려준 그들이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힘을 내야 했다. 반드시 끝까지 달려야 했다. 코스콤비정규지부 노조원 전용철(40)씨는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08 서울국제트라이애슬론’ 경기를 그렇게 완주했다. 수영 1㎞, 사이클 40㎞, 달리기 10㎞의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한 그의 기록은 2시간42분 54초. 예년에 비하면 20분 뒤진 ‘형편없는’ 성적이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8개월째 파업에 참여하면서 운동을 전혀 하지 못해 몸무게가 10㎏이 넘게 늘었어요. 연습도 겨우 열흘 남짓 했구요. 성적이 나빠진 게 당연하죠. 어차피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고 싶어서 참가한 대회거든요. 완주한 데 만족해요.” 1991년 코스콤의 하도급업체에 입사해 17년 동안 증권사 장비 설치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전씨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해 9월부터 파업 중이다. 그는 3월11일 새벽 서울영등포구청이 용역직원을 동원해 여의도 농성장을 철거했을 때 피를 흘리며 업혀가는
![피를 흘리며 업혀가는 사진(자료사진) 피를 흘리며 업혀가는 사진(자료사진)](http://img.hani.co.kr/imgdb/resize/2008/0526/03041609_20080526.jpg)
피를 흘리며 업혀가는 사진(자료사진)
“노동부와 검찰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는데도, 회사쪽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그런지 더 기고만장해진 것 같아요. 세상의 눈이 무섭지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들 뜻대로만 되지는 않을 겁니다. 오늘 힘껏 달린 것처럼, 온몸으로, 끝까지 싸우면 언젠간 이길 거라고 믿어요.” 글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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