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버드’ 공무원 성과는 나올까?
현 정부 들어 ‘얼리 버드’, ‘노 홀리데이’로 상징되는 새벽 출근, 늦은 야근의 근무방식이 공무원 사회에서 점차 굳어져 가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근무행태가 더 많은 성과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공무원이나 전문가 모두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무원들의 의욕을 불러일으켜 창의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국·과장급 간부들은 요즘 현안이 없어도 오전 8시 앞뒤로 출근하고, 회의가 있는 날은 7시 전에 출근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재정부의 한 서기관은 “출근은 일찍 하지만 퇴근 시간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이 저녁을 먹고 일을 하는 때가 많다”며 “현안이 걸려 있는 부서는 주말 이틀간 하루도 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좀 쉬어야 일의 능률도 오르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공무원들은 잦은 야근과 토요 근무 등으로 피로감이 쌓이고 삶의 질이 떨어지면서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중앙부처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피곤하고 여유가 없다. 가정이나 사회생활은 포기했다고 보면 된다. 아침 일찍 나오고 저녁 늦게 가다보니 친구, 선·후배와도 멀어지는 것 같다”며 “심지어 아이들 볼 시간도 없어 우울하기도 하고 이럴려고 공무원으로 들어왔나 하는 회의감도 든다”고 털어놨다. 중앙부처의 한 사무관은 “공무원은 정해진 근무 시간이 있고 그 시간 안에 업무를 마치지 못하면 일을 더 하는 것인데 이 정부는 강제로 더 일을 하라는 것”이라며 “문제는 무슨 일을 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청와대 지시사항 이행은 칼처럼 하지만, 나머지는 괜히 했다가 지적받을까봐 미루는 상황인데 일에 능률이 오를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오래 일한다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닌 만큼,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생산해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근무체계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박흥식 중앙대 교수(행정학)는 “일찍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는 걸 자랑으로 여기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미국 공직사회는 ‘열심히 일하기’(Work Hard)보다 ‘창의적 일하기(Work Smart)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행정학자는 “전 세계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같은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나라는 보지 못했고 이를 권고하는 연구결과나 보고도 못봤다”며 “열심히 일하는 이미지를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실제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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