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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민건강 의사 표현마저 ‘재갈’ 물리나

등록 2008-05-06 21:12수정 2008-05-06 21:18

‘괴담’ 수사방침에 ‘시대착오적’ 법 잣대 우려 커져
검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괴담’을 ‘허위사실’로 규정하고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괴담’ 수준으로 떠돌던 내용이 사실상 형사처벌 대상으로 ‘격상’된 것이다.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데 이어,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의사 표현을 하는 데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 떠도는 주요 ‘괴담’의 소재는 △광우병 △독도 포기 △수돗물값 및 건강보험 △인터넷 종량제 △정도전 예언 등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인터넷 카페와 휴대전화 등을 통해 퍼지고 있는 ‘광우병 괴담’을 우선 조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개인들이 인터넷상에서 과장된 표현을 쓴다고 이를 처벌하는 것은 적용 법조도 마땅치 않을뿐더러 과잉 수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검·경은 고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책을 상대로 한 국민들의 주장이 유언비어인지 아닌지 따지기 쉽지 않고, 설사 유언비어라 해도 우리나라에는 이를 처벌하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유언비어’를 처벌하려고 나서면 ‘독재시대로의 회귀’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검찰은 인터넷 등 전파력이 강한 매체를 통해 허위사실 ‘전파의 위험성’이 커지고, 이것이 불법 집회 등 물리적 형태와 연결된다면 공공안전을 해치는 것으로 보고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괴담을 애초 생산한 사람과 유포의 기반이 된 포털보다는 이를 퍼나른 유통자나 중간 거점들이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기통신기본법 등이 통신’ ‘유통’ 등을 주로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괴담’ 확산 거점으로 지목된 ‘안티 이명박’ ‘미친소 닷넷’ 등 인터넷 카페들이 주요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인터넷을 통해 ‘광우병 괴담’을 퍼뜨린 사람에게 전기통신기본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 법 47조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도 관련자들의 명예훼손과 관련해 적용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밀실에서 이뤄진 정부 협상과 정책에 대한 우려가 일부 과장된 형태로 퍼질 수 있는데, 이를 법적 잣대로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 약속이나 한듯 보수언론이 일제히 인터넷 괴담의 위험성을 보도한 뒤, 정부와 여당의 대책 마련 주문에 이어 수사 방침이 선 것도 비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인터넷 게시판에는 “불안해서 못살겠다는데 그게 죄냐”는 등 수사에 반대하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송호창 사무차장은 “검·경의 태도가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만일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이 되려면 공익을 해할 목적이거나 허위사실이어야 할텐데, 이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일 김지은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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