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회문화’ 전문가 시각
‘자발적이고 유연하지만 강력한 저항이 폭발하고 있다. 그 바탕엔 자신의 삶에 대한 직접적 위협과 공포, 분노심 등이 깔려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 시위의 ‘폭발적 양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상 밖이고 놀라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특히 10대들이 이번 시위의 중심축이 된 점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온라인에서 벌어진 ‘이명박 탄핵’ 운동의 첫 제안자는 고교 2년생이고, 지난 주말 집회 참가자의 절반 이상은 10대 중·고교생들이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순수한 10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더 크게 분노를 느꼈을 것”이라며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10대들이 기존처럼 단호하고 엄숙한 방식이 아닌 느슨한 네트워크를 통한 축제적 방식의 저항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정보화 세대인 10대들이 자기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불만과 우려를 표출하는 것”이라며 “사안의 단순성 등이 결합해 축제와 같은 새로운 집회 양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는 “20대의 보수화를 많이들 걱정하는데, 막상 국민 건강권이라는 절박한 문제 앞에서 10·20대가 가장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역사학)는 “80년대 민주화운동 시절에는 시대의 불의를 참지 못했다면 지금은 자기 자신에게 닥친 불이익을 참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10대 고유의 ‘팬덤(열성팬) 현상’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3일 집회에 직접 참가했다는 강내희 중앙대 교수(영문학)는 “10대 여중·고생들이 상당수 참가했는데, 이들은 김희철, 김혜수, 하리수 등 유명 연예인들이 미니 홈피 등을 통해 광우병 위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종 전 문화연대 사무총장도 “10대의 강한 전파력과 행동력의 바탕에 연예인들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현준 황춘화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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