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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수산단 정전…수백억 피해 우려

등록 2008-05-04 22:40수정 2008-05-04 22:59

3일 한화석화 낙뢰방지기 폭발…인근공장 14곳 멈춰
오염물질 무더기 배출…원인 두고 한전-한화 ‘네탓’
지난 3일 오후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정전사고가 일어나, 단지에 입주한 14개 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한국전력은 4일 “지난 3일 오후 4시32분께 여수국가산업단지 안에 있는 한화석유화학공장의 낙뢰방지기가 폭발하면서 전기 공급이 전면 중단됐다”며 “한전이 긴급복구에 나서 4일 새벽 3시께 한화공장 내 전기공급을 정상화했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한화와 같은 배선을 사용하는 여천엔시시와 엘지화학, 지에스칼텍스, 현대하이스코, 대림산업 등 인근 대형 화학공장들의 가동이 중단됐다. 국가산업단지 서남관리공단 관계자는 “이들 공장에 전기가 끊긴 것은 2∼3초에 불과하지만, 정전으로 연료가 설비 안에서 굳는 ‘고착화’ 현상이 일어나 이를 제거하고 공장가동을 정상화하는 데 2∼3일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여천변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화학공장 대부분이 에틸렌 등 원료를 공급하는 대형업체들이라 피해액이 수백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는 피해 규모가 가장 큰 한화의 경우 직접 피해액이 5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석유화학물질들이 불완전 연소하면서 인근에 대기오염 물질이 무더기로 배출돼, 환경 문제와 주민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한전과 한화석유화학 쪽은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서로 엇갈린 견해를 내놓았다. 한전 순천전력소 관계자는 “다른 공장에 전력 공급이 이상 없이 이뤄졌던 점으로 미뤄 한화석유화학 공장의 낙뢰 방지기가 알 수 없는 결함으로 고장 났으며, 이 여파로 다른 업체로 공급되던 전력이 다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한화 쪽의 설비 노후화에 원인이 있음을 내비쳤다. 반면, 한화 관계자는 “휴일이라 우리 공장 설비에 자체적으로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었다. 한전 쪽에서 공급한 전력의 전압이 너무 셌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수산업단지는 앞서 2006년에도 정전사고가 세 차례 일어나 공장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당시 잦은 정전사고로 피해가 커지자 입주 업체들과 한전 쪽은 정전사고를 막기 위해 송전선로를 복선화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설비투자는 물론 생산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에스칼텍스 등 일부 공장만 이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이날 피해 현장을 방문해 “국가 경제활동에 영향이 큰 집적단지에 대해서는 순간전압 강하 억제설비 설치, 송전선로 복선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석유화학제품의 공급 능력이 충분하고 평균 한 달 정도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 수급과 수출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명, 여수/박임근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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