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교육정책 발표뒤 사교육 과열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서울 양천구 목동 ㅊ영어학원. 수준에 따른 반 배정을 위한 ‘입반 시험’을 치르기 위해 4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몰려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생 딸과 함께 온 한아무개(42)씨는 “목동 ㅍ학원에 입반 시험 문의를 했더니 한달 반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며 “ㅊ학원도 성적이 좀더 나은 아이들이 다닌다는 1관에서 시험을 보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어 이곳 2관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원은 영어학원 입반 시험을 치르려는 학생들이 늘어나 온라인으로 미리 신청한 경우만 입반 시험을 치를 수 있으며, 접수되지 않은 사람은 다음으로 순서가 밀린다. 이 학원 상담원은 “이전에는 2명 정도 대기를 했는데, 지금은 15~20명의 학생이 다음 시험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영어 말하기·쓰기 교육을 강조한 뒤, 영어 사교육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목동 ㅈ학원 쪽은 “반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입반하려는 학생들이 밀려 있는 경우, 적어도 한달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목동 ㅇ학원도 “기초반의 경우 4달 정도 기다려야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ㅇ학원의 김아무개 부원장은 “인수위 발표 뒤 입반 상담이 2배로 늘었으며, 그 수의 대부분이 등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에게 영어로 미국 교과과정을 가르쳐 온 ㅍ학원은 최근 외국에서 살다 오지 않은 학생들의 입반 신청이 몰려 3월 말에나 입반 시험 접수가 가능한 상황이다.
ㅍ학원 김아무개 부원장은 “인수위 발표 뒤 영어교육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말하기·쓰기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이들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ㅇ외국어학원의 남아무개 부원장은 “영어교육에 무덤덤했던 학부모들의 기초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에 올라가는 아이를 둔 학부모 김아무개씨는 “문법은 혼자 해도 됐지만, 말하기·쓰기는 여러 명이 함께 해야 한다”며 “원어민 과외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함께하는 교육 시민모임’의 김정명신 공동대표는 “학원 뿐 아니라 맞춤형 단기유학 광고도 극성일 만큼 이미 영어 열풍이 불고 있고 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의 박이선 부회장은 “인수위가 이런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사교육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학교 현장에 혼란을 주지 않는 한도 안에서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