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또 ‘빨리빨리’인가…“졸속 복원 안된다”

등록 2008-02-12 19:15수정 2008-02-13 10:33

숭례문이 불에 탄 지 사흘째를 맞은 12일 오후 화재현장 들머리에서 시민들이 기도를 하거나 잿더미로 변한 숭례문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김봉규 기자 <A href=”mailto:bong9@hani.co.kr”>bong9@hani.co.kr</A>
숭례문이 불에 탄 지 사흘째를 맞은 12일 오후 화재현장 들머리에서 시민들이 기도를 하거나 잿더미로 변한 숭례문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이 당선인·오세훈 시장 “이른 시간 안에” 복원 서둘러
문화단체 “조급한 복원은 가짜 문화재 만들어낼 뿐”
“우리사회 반문화성 성찰하는 기회로” 완벽 복원 지적
숭례문 복원을 서두르겠다는 정부 등의 의지 표명이 있었지만, 이번 참사를 문화재의 가치를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로 삼기 위해선 성찰적이고 완벽한 복원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회의에서 “이른 시간 내에 복원을 해서 국민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담화문에서 “복원을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화재청은 “2∼3년이면 복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초부터 철저히=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복원을 하자면 최소한의 시간만 따지더라도 3년으로는 어림없다고 말한다. 우선, 숭례문이 외형은 잘 알려졌으나 누각 내부 상태와 나무 재질이 모두 파악돼 있지 않은 만큼 이런 기초적인 정보 파악과 추가적인 사료 수집에 몇 해는 들여야 의미 있는 복원책이 제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란기 문화유산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잔해를 하나하나 해체해 보존하고, 재질과 연령, 처음 지을 때 사용된 연장 등까지 일일이 추적할 필요가 있다”며 “철저한 해체 기록부터 남기고 정밀하게 복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법륭사(호류사)와 교토 금각사(긴카쿠사)의 경우 화재 뒤 복원에 5년이 걸렸다. 배병선 국립문화재연구소 전통건축연구실장은 “일본은 옛 연장까지 재현해 나가면서 복원할지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 기간을 충분히 거쳤다”며 “실력이 없어 오래 걸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광화문 복원 사례에서처럼, 복원에 필요한 금강송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목재가 확보되더라도 비틀림 등을 막자면 1년 반 이상 건조 기간이 필요하다. 이상해 성균관대 교수(건축학)는 “제대로 된 목재를 준비하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각 세우기가 전부는 아니다=현대 소방설비로 숭례문의 불을 끄는 데 실패한 만큼, 새로 지을 때는 새로운 개념의 소방설비를 개발·설치함으로써 수많은 다른 목조 문화재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번 사고를 발전적 계기로 삼는 길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일제 강점기 때 숭례문 주변 성곽과 석조물 등이 변형된 점을 들어, 이번 기회에 고고학적인 발굴도 함께 해 원형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역사문화연구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조급한 복원은 가짜 문화재를 만들어낸다”며 “10년 이상의 장기 복원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원과 더불어 성찰을=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치열한 반성을 하는 ‘여유’가 오히려 필요하다고 본다. 김봉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건축원)는 “미국이 9·11 테러 현장 자리에 여지껏 건축물을 올리지 않는 게 돈이나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듯, 이번 사고에 대해 철학적으로 연구하고 토론하면서 정신적인 차원으로 고양할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며 “복원 자체는 기술적으로 1년 반 만에도 가능하지만, 응급처치로 갈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는 “숭례문을 서둘러 새로 짓겠다는 것은 잔해 주변에 쳐놓은 가림막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을 빨리 잊어 버리려는 은폐 수단”이라며 “불타 버린 숭례문을 우리 사회의 반문화성을 보여주는 텍스트로 삼아 성찰하는 시간을 오래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검찰, 윤석열 ‘조사 없이’ 내란죄 수사 일단락…앞당겨진 재판 시계 1.

검찰, 윤석열 ‘조사 없이’ 내란죄 수사 일단락…앞당겨진 재판 시계

법원, 윤석열 구속 연장 재신청 ‘불허’…오늘 구속기소 전망 2.

법원, 윤석열 구속 연장 재신청 ‘불허’…오늘 구속기소 전망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3.

‘내란 나비’ 김흥국, 무면허 운전 벌금 100만원…음주·뺑소니 전력

[영상] 폭동에 맞서 각양각색 깃발 쥔 시민들 “윤석열 퇴진하라” 4.

[영상] 폭동에 맞서 각양각색 깃발 쥔 시민들 “윤석열 퇴진하라”

“윤석열 신속 처벌”…국책연구기관서도 첫 시국선언 5.

“윤석열 신속 처벌”…국책연구기관서도 첫 시국선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