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결제 요청했더니 다른사람 항공권 대금 청구”
영세 여행사 “수수료 떼면 적자” 유령가맹점 활개
‘카드번호 유출’ 피해사례 늘어…“전자결제 이용해야” 얼마 전 ㅂ여행사를 통해 필리핀 단체여행을 다녀온 정아무개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출발 한달 전에 항공료 결제를 위해 여행사 쪽에 신용카드 번호 등을 알려주고 대리결제를 시켰는데, 2주 뒤 정씨의 카드사용 청구서에는 엉뚱한 사람의 항공료가 결제돼 있었고 정작 정씨 본인의 것은 빠져 있었다. 게다가 출발 당일 여행사는 애초 예약한 항공사의 항공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다른 항공사의 항공권을 줬다. 정씨는 “여행사는 알려준 카드번호 등을 폐기했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의 비용이 내 카드로 결제됐다는 것 자체가 찜찜하고 황당하다”며 “같은 피해를 당한 다른 동행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ㅂ여행사 관계자는 “발권 담당자가 탑승객 이름을 잘못 입력해 벌어진 일이다. 다른 사람의 항공권이 결제됐다지만 모두 일행들이며, 단체여행객은 보통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일부 영세 여행사들이 신용카드 회원사로 가맹하지 않은 채 ‘유령 가맹점’을 통해 손님의 항공권 구매 등을 대리결제하고 있어, 신용카드 소지자들의 개인정보 누출이나 도용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아웃바운드(국외여행) 전문 소매여행사인 ㅎ투어 관계자는 “현재 항공권 구매 커미션이 8~9%인데 항공사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비율을 계속 낮춰오고 있다. 중소 여행사들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 3.6~4%를 떼고 나면 인건비와 사무실 유지비도 건지기 힘들다”며 유령 가맹점을 통해 대리결제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여행사들은 고객의 주민등록번호와 신용카드 번호 및 유효기한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항공권 구매를 대행해주고 있다. 고객들도 직접 구매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쉽게 신용카드 정보를 알려주고 대리결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령 가맹점을 통해 결제를 한 뒤 그 가맹점에 카드번호가 그대로 남아 있을 경우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 김민기 홍보팀장은 “매출을 감춰 탈세를 하거나 가맹점 수수료를 아끼려 다른 가맹점의 명의로 가맹번호를 따는 ‘위장가맹점’들도 있다”며 “위장 가맹점이든 유령 가맹점이든 문제의 업소가 임의로 다른 결제를 한 뒤 폐업하고 잠적해버릴 경우 피해구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와 가맹점이 단말기 접속과 고객의 서명 없이 카드번호와 만기일만으로 결제하는 ‘수기 특약’을 맺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때도 가맹점은 카드 소지자의 본인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대리 결제를 할 경우 카드 소유자와의 관계 증빙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영세한 여행사나 방문판매업, 인터넷쇼핑몰들이 금융사고에 대비한 담보금을 예치하고 가맹카드사에 맞는 온라인 결제시스템까지 갖추고 수기특약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한 대형여행사 관계자는 “항공권이나 숙박권은 여행사를 직접 방문해 결제하는 것이 원칙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 여행사 웹사이트의 전자금융결제시스템을 활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 김 팀장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휴대폰 문자통보(SMS) 서비스를 받는 게 바람직하며, 명의 도용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곧바로 카드사에 신고해 지급중지 요청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카드번호 유출’ 피해사례 늘어…“전자결제 이용해야” 얼마 전 ㅂ여행사를 통해 필리핀 단체여행을 다녀온 정아무개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출발 한달 전에 항공료 결제를 위해 여행사 쪽에 신용카드 번호 등을 알려주고 대리결제를 시켰는데, 2주 뒤 정씨의 카드사용 청구서에는 엉뚱한 사람의 항공료가 결제돼 있었고 정작 정씨 본인의 것은 빠져 있었다. 게다가 출발 당일 여행사는 애초 예약한 항공사의 항공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다른 항공사의 항공권을 줬다. 정씨는 “여행사는 알려준 카드번호 등을 폐기했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의 비용이 내 카드로 결제됐다는 것 자체가 찜찜하고 황당하다”며 “같은 피해를 당한 다른 동행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ㅂ여행사 관계자는 “발권 담당자가 탑승객 이름을 잘못 입력해 벌어진 일이다. 다른 사람의 항공권이 결제됐다지만 모두 일행들이며, 단체여행객은 보통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일부 영세 여행사들이 신용카드 회원사로 가맹하지 않은 채 ‘유령 가맹점’을 통해 손님의 항공권 구매 등을 대리결제하고 있어, 신용카드 소지자들의 개인정보 누출이나 도용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아웃바운드(국외여행) 전문 소매여행사인 ㅎ투어 관계자는 “현재 항공권 구매 커미션이 8~9%인데 항공사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비율을 계속 낮춰오고 있다. 중소 여행사들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 3.6~4%를 떼고 나면 인건비와 사무실 유지비도 건지기 힘들다”며 유령 가맹점을 통해 대리결제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여행사들은 고객의 주민등록번호와 신용카드 번호 및 유효기한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항공권 구매를 대행해주고 있다. 고객들도 직접 구매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쉽게 신용카드 정보를 알려주고 대리결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령 가맹점을 통해 결제를 한 뒤 그 가맹점에 카드번호가 그대로 남아 있을 경우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 김민기 홍보팀장은 “매출을 감춰 탈세를 하거나 가맹점 수수료를 아끼려 다른 가맹점의 명의로 가맹번호를 따는 ‘위장가맹점’들도 있다”며 “위장 가맹점이든 유령 가맹점이든 문제의 업소가 임의로 다른 결제를 한 뒤 폐업하고 잠적해버릴 경우 피해구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와 가맹점이 단말기 접속과 고객의 서명 없이 카드번호와 만기일만으로 결제하는 ‘수기 특약’을 맺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때도 가맹점은 카드 소지자의 본인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대리 결제를 할 경우 카드 소유자와의 관계 증빙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영세한 여행사나 방문판매업, 인터넷쇼핑몰들이 금융사고에 대비한 담보금을 예치하고 가맹카드사에 맞는 온라인 결제시스템까지 갖추고 수기특약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한 대형여행사 관계자는 “항공권이나 숙박권은 여행사를 직접 방문해 결제하는 것이 원칙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 여행사 웹사이트의 전자금융결제시스템을 활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 김 팀장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휴대폰 문자통보(SMS) 서비스를 받는 게 바람직하며, 명의 도용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곧바로 카드사에 신고해 지급중지 요청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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