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백제무술’ 전파 나선 강영오씨
14살 때 우연히 입문 한평생 ‘무사의 길’
14살 때 우연히 입문 한평생 ‘무사의 길’
그의 직업은 무사(武士)이다.
지난 43년간 그는 무술 한길만을 걸어왔다. 14살 때 우연히 태백산에 들어가 백제무술의 후계자가 됐다. 10년간 무술을 익히고 하산해 3년7개월 동안 전국을 떠돌며 자신이 배운 무술을 시험했다. 내로라하는 무술인들은 물론, 심지어 주먹패들과 공력을 겨뤘다. 68번 싸워 두번 지고 66번을 이겼다. 그리고 자신이 산속에서 익힌 무술은 누구도 접해보지 못한 전통무술임을 확신하고 평생 그 무술을 세상에 전파하겠다고 결심했다.
강영오(57·위)씨는 삼국시대에서 현대로 훌쩍 타임머신을 타고 나타난 듯한 인상을 준다. 긴 머리와 검은 무사복, 그의 손을 떠나지 않는 각종 무기류들. 스스로를 백제무술 완성자인 백제 흑치상지 장군의 47대 무술 계승자라고 말한다.
백제 패망뒤 1300여년 맥이은 종합무술
태백산 삼랑 도인 만나 10년간 수련 전수
충남 홍성군 광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학업을 포기하고 대전에 가서 음식점에서 잡일을 하며 세상과 마주했다. 어느날 그 음식점을 찾은 한 젊은이가 그를 불렀다. “너 몸 동작이 엄청 빠르구나. 나랑 무술하지 않을래?”
아이는 젊은이에게 이끌려 강원도 태백산으로 갔다. 그리고 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 할아버지는 백제무술의 46대 계승자로 알려진 삼랑도인(三郞道人). 삼랑도인은 이미 60년 이상 산속에 은거하며 백제무술을 전수하고 있었다고 한다. 강씨는 토굴에 살며 백제무술을 익혔다고 한다.(아래) 절벽을 타고, 나무에 온몸을 부딪치며 야생동물처럼 살았다. 산삼 등 각종 약초를 캐 민가에 내려가 먹을 것과 바꾸어 배를 채웠다고 한다.
백제무술은 백제시대 중엽인 13대 근초고왕 때부터 성행했으나 신라에 의해 백제가 망하면서 산속으로 들어가 몇몇 계승자들에 의해 전승돼 왔다. 흑치상지 장군이 망한 백제국을 일으키기 위해 백제 유민들과 함께 정립했고, 계백 장군 같은 백제시대 장군들이 이 무술을 익혀 무공을 자랑했다고 한다. 검술과 봉술은 물론 표창과 투궁 등 각종 무기류를 다루고 속도축지법이라는 보법도 익히는 종합무술이다. 조선시대 말기 태백산에서 은둔 수련하던 청뢰도인이 길천도인에게 전수했고, 길천도인은 삼랑도인에게 전수하며 백제무술의 생명을 이어갔다고 한다.
삼랑도인으로부터 백제무술을 전수받은 5명의 제자 가운데 강씨가 가장 어렸다. 삼랑도인은 1971년 노환으로 숨졌고, 그를 태백산으로 이끈 사형인 양필명씨 등 다른 제자들도 이미 사망했다. 유일한 백제무술 전수자가 된 강씨는 1973년 수원에 첫 도장을 차리며 자신이 배운 백제무술을 전수하고 있으나 아직 정식 후계자는 찾지 못했다고 한다.
“현재 한민족 정통무술임을 자처하는 무술이 100여개가 되나 대부분 중국과 일본의 무술을 차용한 것”이라는 강씨는 “진짜 한민족 전통무술은 무인보다 문인을 우대한 조선시대와 한민족의 정기를 말살한 일제시대를 거치며 거의 말살됐다”고 말한다. 강씨는 최근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한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도장(02-3411-4759)을 차렸다. 현재 그로부터 백제무술을 배우는 제자는 단 둘. 그러나 그는 전통무술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후계자는 인연이 닿으면 나타날 것입니다.”
무인 강영오의 눈빛이 매섭다.
글·사진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태백산 삼랑 도인 만나 10년간 수련 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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