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특검 수사관들이 14일 낮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집무실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 들어가 압수수색에 나서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고 이병철 회장 살던집 물려받아 개조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 수사팀이 14일 전격 압수수색한 승지원은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 겸 영빈관이다. 1987년 부친인 고 이병철 회장이 살던 한남동 집을 물려받아 개조한 것으로,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취지에서 이름을 승지원으로 지었다. 이 회장의 자택은 걸어서 7~8분 거리에 있다.
승지원은 삼성 오너 일가의 종갓집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건희 회장은 취임 이후 주로 승지원에서 일상적인 경영 업무를 챙겼다. 1993년 이른바 ‘신경영’ 선언 이후로는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28층에 있는 회장 집무실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 회장이 다른 재벌 회장들과 달리 별도의 집무실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경호 문제와 여러 계열사를 관장하는 업무상 특성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이런 경영 행태는 ‘은둔의 황제’라는 부정적 평판을 낳기도 했다.
이 회장은 승지원에서 정기적으로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어 그룹 전략을 논의하고 외부 인사도 대부분 이곳 영빈관에서 만난다. 삼성그룹의 2인자인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를 비롯해 그룹 핵심 관계자들은 수시로 승지원을 찾아 이 회장한테 현안을 보고한다. 수십년 동안 그룹의 핵심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진 곳이기에, 삼성 임직원들은 이 곳을 ‘삼성 경영의 본산’으로 여기고 있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승지원은 고 이병철 회장의 ‘사업보국’의 유지가 서린 곳이자 70년 삼성 경영의 역사가 배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승지원은 대지 300평, 건평 100평 규모이며 본관과 부속건물 등 2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본관에는 이 회장의 집무실, 회의실, 영빈관, 부속실 등이 있고, 부속 건물은 상주 직원들이 사용한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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