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입은 한 60대 어민이 음독 자살했다.
10일 오전 8시10분께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 이아무개(66)씨 집 안방에서 이씨가 신음하고 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이씨 아들은 “아침에 아버지가 전화로 ‘나 약 먹었다. 죽는다’고 말해 집에 가보니 안방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 마을이 고향인 이씨는 굴 양식장과 약간의 논농사로 생계를 유지했으나 지난달 7일 양식장이 기름에 덮인 뒤 수입이 끊겼다.
이웃 문아무개씨는 “사고가 난 뒤 방제작업을 같이 했는데, 나흘 전부터 평소에 안 마시던 술을 폭음하면서 ‘이제 어떻게 사느냐’고 말하는 등 비관적인 말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씨가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굴양식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사람”이라며 “주민 대부분이 기름유출 사고 뒤 수입이 끊겼고 방제 수당도 받지 못해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에 대한 감정이 폭발 직전”이라고 말했다.
태안/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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