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씨 블로그 글 가족에 마지막 편지돼
“2008년 새해에는 우리 마누라가 조금이라도 더 편하라고 나 객지생활 하긴 하는데 그리 유능하지 않아서 별 도움이 안 되지 …. 2008년에는 조금 더 반성하고 조금 더 노력하는 신랑이 될게. 오늘부터 365일 또 열심히 살자.”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목숨을 잃은 이준호(43)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새해 편지의 일부다. 이씨는 원래 지난 1일 강원 인제 집으로 내려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으나, 그러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편지로 남긴 것이다. 가족들에겐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야에 본 것이 이씨의 마지막 모습이 됐다.
이씨는 원래 강원 인제 내린천 부근에서 래프팅, 암벽 등반, 서바이벌 게임 등을 제공하는 ‘에듀코 모험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6∼2007년 두 차례 강원도를 휩쓸고 지나간 수해가 그를 공사 현장으로 내몰았다. 부인 신아무개(41)씨는 “래프팅 같은 스포츠는 원래 여름에 벌어서 겨울을 나는데, 수해가 2년 연속 터지니 겨울을 나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겨울을 넘기고 2008년 여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힘든 작업장을 택한 것이다.
이씨는 지난해 12월2일 블로그에 “당분간 블로그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나의 에듀코 모험학교로 돌아오겠습니다”는 말을 남겼지만, 이번 화재는 올해 여름에 대한 이씨와 가족의 꿈을 모두 태워버렸다.
한편 희생자 가운데 임남수(30)씨는 화재 현장에서 냉방설비 공사를 맡았던 유성엔지니어링 사장 임아무개씨의 아들로 확인됐다. 임씨는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근무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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