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부
기획부동산업 20년 이아무개씨
20여년 동안 기획부동산 업체를 운영해 온 이아무개(49)씨에게 각종 단체 인명부는 ‘필수 사업수단’이 됐다.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부동산 열풍이 불면서 성장한 기획부동산 업체들은 90년대 중반까지는 주로 전국 각지의 전화번호부를 이용해 고객을 끌어들였다. 이씨는 “당시 200여명의 전화홍보원이 전화번호부를 나눠갖고 1인당 하루 200~300통의 전화를 했고, 평균 2천통에 한사람 정도가 걸려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명문대 동창회 명부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적중률’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청계천을 드나들며 인명부를 사오는 직원을 따로 두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에는 고소득 전문직 단체 명부가 적중률이 높다”며 “이쪽에서는 인명부 구하기가 사업 기반을 닦는 것과 다름없는데 대부업체와 다단계업체, 온라인 쇼핑몰과도 명부 구하기 경쟁이 붙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한반도 대운하 공약 등으로 부동산 업계가 다시 호황을 누릴 것으로 믿는다”며 “요즘 인명부 수요가 느는 바람에 전에는 아무리 비싸도 3만원이면 사던 명부가 10만원을 넘어설 정도”라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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