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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한국인 자부심만큼 다른 세계인도 동등하게”

등록 2007-12-12 19:08

‘내 조국은 세계…’ 자서전 화제 모은 재일동포 현순혜씨
‘내 조국은 세계…’ 자서전 화제 모은 재일동포 현순혜씨
‘내 조국은 세계…’ 자서전 화제 모은 재일동포 현순혜씨
“우리 딸은 희생자였어요. (그이는) 식사를 하면서 토론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어요. 밥은 식어가는데, 역사·사상·예술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멈출 줄 몰라 아이한테 불만을 많이 샀어요.”

베트남전 반대운동을 이끈 일본의 평화운동가이자 저명 소설가인 오다 마코토(7월30일 작고, 향년 75)의 부인인 재일 한국인 현순혜(54·수묵화가·오른쪽)씨는 ‘오다는 어떤 남편이었느냐’는 질문에 “대화가 끊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20여년 전 21살의 나이차와 국적을 뛰어넘는 결혼으로 일본과 재일동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두 사람은 “서로가 정신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동지애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창조적인 관계였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도쿄에서 만난 그는 “오다가 남긴 작품은 순혜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를 편집자들한테 많이 들었어요. 오다도 저하고 얘기하다보면 소설을 쓰고 싶어진다는 소리를 자주했어요”라고 전했다.

‘제주 출신 부모-북한행 언니’ 지키려 7자매 국적 반반씩
일 평화운동가·소설가 오다와 21살차 결혼 ‘평생 동지’로
남편 미완성 유작 ‘국제주의자’ 다룬 대하소설 마무리중

베트남전 반대운동을 이끈 일본의 평화운동가이자 저명 소설가인 오다 마코토 (7월30일 작고, 향년 75)
베트남전 반대운동을 이끈 일본의 평화운동가이자 저명 소설가인 오다 마코토 (7월30일 작고, 향년 75)
오다는 생전에 자주 ‘인생의 동행자’라는 말로 어린 한국인 부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암투병 중이던 지난 6월 병상에서 마지막 남긴 글(현씨의 자전적 에세이 〈내 조국은 세계입니다〉의 후기)에서 오다는 “인생의 동행자인 현순혜는 코리안으로서 자부심과 자신을 가지고 살아온 여성이다”라고 적었다.

오다가 작고한 직후인 8월 출판된 〈내 조국은 세계입니다〉는 4개월 남짓 만에 4쇄를 펴내는 등 조용한 화제를 낳고 있다. 이 책은 남편 오다의 반전사상과 결혼에 이르게 된 과정, 7자매가 한국과 조선(북한) 국적으로 절반씩 나뉘게 된 기막힌 가족사, 결혼 이후 남편과 함께 세계 각지에 체류하면서 형성된 세계인의 시각 등을 담았다.

재일한국·조선인에게 국적은 인생 전체가 걸린 문제다. 1953년 고베에서 7자매의 막내로 태어난 현씨에겐 더욱 그렇다. 1960년 이른바 ‘귀국사업’으로 북한행을 택한 언니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세명은 북한 국적으로 유지하고, 자신을 포함해 세명은 고향 제주도에 묻힌 부모님 제사 등을 위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한다.

“국적을 바꾸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북한에 있는 언니와 북한의 아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결국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한국 국적으로 바꾼 그는 1999년 숨진 언니의 장례식에는 국적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조국이 세계라고 밝힌 현씨가 추구하는 세계인은 무엇일까? 그는 “어떤 세계에 동화되는 게 아니라, 자기의 흔적을 얼싸안으면서도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세계 사람들과 동등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를 테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소속 조선대학교 면접시험에서 주체사상에 의문을 제기할 줄 아는 그의 당당함과 도전정신도 포함될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요즘 남편의 유작으로, 결론을 내지 못한 대하장편소설 〈강〉의 완성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슈에이샤〉가 펴내는 문예잡지 〈슈바루〉에 8년 동안 연재된 이 소설은 1927년 광쩌우 인민 봉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 〈아리랑〉의 주인공인 김산을 비롯한 조선인과 국제주의자들이 대거 참여해 동아시아의 스페인 전쟁으로 불리기도 한다. 1980년대 중국 체류 당시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취재해 소설의 밑바탕으로 삼았다. 잡지 편집자는 “오다의 소설에 나오는 조선 민족운동가들의 박력있는 묘사와 고귀한 정신 등은 현순혜씨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현씨에게 미완성 부분을 부탁했다고 한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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