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소장”→“돌려줘” 해명따라 입장 바꾼 홍송원씨
삼성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씨를 대신해 해외 유명작가들의 고가 그림을 구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28일 “조만간 작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미술품 구매목록’을 공개하며 홍 대표를 대리구매자로 지목한 지 이틀만이다.
홍 대표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티 경매에서 산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은 홍라희씨 소유가 아니라 자신이 소유하고 있으며, “의혹이 너무 커져 작품을 공개하기 위해 준비중”이라며 말했다. 홍 대표는 “공개시기가 이번 주 중이라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홍 대표의 해명이 앞서 밝혔던 내용과 다르고, 미술계의 상식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아 삼성그룹과 서미갤러리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지난 23일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는 <행복한 눈물>을 ‘다룬 바 없다’고 말했다가 의혹이 불거지자 다시 자신이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쪽이 26일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서미갤러리에 돌려줬다”고 번복한 뒤에 홍 대표의 해명도 내용이 달라진 것이다.
또한 홍 대표가 그림을 공개해도 공개 자체가 <행복의 눈물>의 진짜 소유자가 홍라희씨가 아니라 홍 대표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어서 의혹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의혹이 인 지 2일 넘게 지난 뒤에 작품을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점, 그리고 곧바로 공개하지 않은 점도 의문을 낳는 대목이다.
미술계에서는 서미화랑이 67억원 상당의 고액 미술작품을 확실한 구매자도 없이 스스로 사서 판매하려 했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국제 미술품 경매에서 외국 화랑보다 자금력이 훨씬 떨어지는 한국 화랑이 콜렉터를 대신하지 않고 직접 판매를 위해 작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미화랑이 해명대로 판매용으로 이 작품을 샀을 경우 막대한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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