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삼성비자금 특검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7일 당초 예상과는 달리 거부권 행사 대신 `삼성비자금 특검법'을 전격 수용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특검법안이 전날 국회로부터 정부로 이송된 지 하룻만이다.
헌법 53조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은 정부로 이송돼온 후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숙고'할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지체하지 않고 특검법을 받아들인 것이다.
당초 정치권이 특검법안을 발의한 지난 16일 특검법안이 `보충성과 특정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검찰 수사권의 무력화와 특검 권한의 남용이라는 폐해가 있다는 이유로 법안 재검토를 촉구했고, "공직부패수사처법안이 함께 처리되지 않으면 특검법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국회 재의요구 가능성을 열어놨던 것과 비교하면 입장이 완전히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성진 법무장관도 이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이 법리상, 헌법상 문제가 있다'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법무부 검토 의견으로 보고했다. 다수 국무위원들도 법무부쪽 의견에 동조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특검법을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정치인으로서의 판단"이라는게 노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핵심적인 이유는 여론의 흐름과 국회의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우선 노 대통령은 `법리'와 `원칙'을 명분으로 내걸고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분석된다.
비록 특검법안 자체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법리적 공방이 있을 수 있고, 청와대의 법리적 판단이 옳을 수도 있지만 현재 여론의 흐름은 법리적 잣대를 넘어서 `삼성비자금'의 조성 경위와 용처를 밝혀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센 것이 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준 요인으로 지적된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퇴임을 3개월여 앞둔 임기말 상황이다. `원칙'을 부여잡고 여론의 역풍을 뚫고 나가기에는 정치적 동력이 많지 않다.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여론이 압도적으로 돌아가버렸다. 지금은 대통령의 배려나 어떤 결단으로 더 이상 검찰이나 법무부의 위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됐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는 언급이다. 노 대통령은 "재의요구를 하면 끊임없이 논쟁을 하며 여론 설득을 위한 정치적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정치적 소모,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도 수용 이유를 밝혔다. 국회의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이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와의 관계는 급랭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 구성원 다수가 특검법을 찬성하고 있는 만큼 되돌려진 법안을 재의결되면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정치적 타격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고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도 "재의 가능성이 낮다"고 토로했다. 특검법안이 재의결된다면 거부권 행사의 실효성은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 2003년 11월10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공조 아래 국회를 통과한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국회는 같은 해 12월4일 이 법안을 재의결해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실시됐다. 자칫 실효성도 없는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했다가 항간에 떠돌고 있고, 정치권이 주장하는 `청와대-삼성 유착설'을 확산시킬 수도 있고, 특검법 거부가 "당선 축하금 수사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 "삼성을 비호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특검법 수용 가능성 기류는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23일부터 포착되기 시작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정치적 압력의 수단이었다", "거부권 행사 여부는 50대 50"이라고 얘기한 것은 거부권을 강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퇴로'를 예비한 언급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특검법 수용으로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부담이 덜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삼성비자금 특검법'에는 수사대상으로 `최고 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수사 진행과정 여하에 따라 삼성비자금 용처 수사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재임중 또는 퇴임 이후에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노 대통령은 지난 24일 합천 해인사 법회에서 "당선축하금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고, 이날 회견에서도 "`당선축하금' 의혹을 제기하지만 근거도 구체성도 없고 모호할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수사대상에 오른다는 정치적 부담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특검법 수용 여부 판단에서 뭘 꺼리고 두려워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될 경우 "법대로 양심껏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떳떳한 만큼 설사 수사대상에 되더라도 숨길 것이 없고 정면돌파한다는 자세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성기홍 기자 sgh@yna.co.kr (서울=연합뉴스)
더욱이 노 대통령은 퇴임을 3개월여 앞둔 임기말 상황이다. `원칙'을 부여잡고 여론의 역풍을 뚫고 나가기에는 정치적 동력이 많지 않다.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여론이 압도적으로 돌아가버렸다. 지금은 대통령의 배려나 어떤 결단으로 더 이상 검찰이나 법무부의 위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됐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하는 언급이다. 노 대통령은 "재의요구를 하면 끊임없이 논쟁을 하며 여론 설득을 위한 정치적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정치적 소모,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도 수용 이유를 밝혔다. 국회의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이다.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와의 관계는 급랭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 구성원 다수가 특검법을 찬성하고 있는 만큼 되돌려진 법안을 재의결되면 대통령의 재의요구가 정치적 타격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고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도 "재의 가능성이 낮다"고 토로했다. 특검법안이 재의결된다면 거부권 행사의 실효성은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 2003년 11월10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공조 아래 국회를 통과한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국회는 같은 해 12월4일 이 법안을 재의결해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실시됐다. 자칫 실효성도 없는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했다가 항간에 떠돌고 있고, 정치권이 주장하는 `청와대-삼성 유착설'을 확산시킬 수도 있고, 특검법 거부가 "당선 축하금 수사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 "삼성을 비호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특검법 수용 가능성 기류는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23일부터 포착되기 시작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정치적 압력의 수단이었다", "거부권 행사 여부는 50대 50"이라고 얘기한 것은 거부권을 강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퇴로'를 예비한 언급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특검법 수용으로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부담이 덜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삼성비자금 특검법'에는 수사대상으로 `최고 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수사 진행과정 여하에 따라 삼성비자금 용처 수사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재임중 또는 퇴임 이후에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노 대통령은 지난 24일 합천 해인사 법회에서 "당선축하금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고, 이날 회견에서도 "`당선축하금' 의혹을 제기하지만 근거도 구체성도 없고 모호할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수사대상에 오른다는 정치적 부담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특검법 수용 여부 판단에서 뭘 꺼리고 두려워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노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 될 경우 "법대로 양심껏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떳떳한 만큼 설사 수사대상에 되더라도 숨길 것이 없고 정면돌파한다는 자세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성기홍 기자 sg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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