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씨
“수사당사자들 여전히 반성 안해…검찰조사 안돼 한계” 지적
“감회가 새롭냐고요? 아니요. 당시 수사를 한 당사자들이 여전히 검사 자리에 앉아 있고, 판사도 마찬가지이고 …. 그들은 여전히 반성하고 있지 않잖아요.”
12일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강기훈(43)씨의 목소리는 3주 전 통화 때보다 한결 밝았다. 그도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진척 상황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는 “내 아이에게 아빠가 죄인이 아니란 걸 알려주고 싶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하지만 강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 번복이 재심의 발판은 되겠지만, (이 사건이) 인혁당 등 다른 사건과 비슷한 경로로 갈 것이라고는 말씀 못 드린다.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얇은 얼음 위를 걷는 듯했다.
강씨는 “검찰과 국과수의 수사 결과가 사실과는 다른 것이었고, 정치적 난관을 뚫으려는 노태우 정권의 음모였다는 것을 밝힌 건 진실화해위의 성과”라면서도 “검찰에 대한 (진실화해위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그 당시 검찰의 개입과 의도적 왜곡 실상이 상대적으로 밝혀진 게 없는 점은 한계”라고 말했다.
강씨는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등의 혐의(자살방조 및 국가보안법 위반)로 1992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형기를 모두 마친 뒤 94년 8월17일 출소했다. 이후 인권운동사랑방에서 1년여 동안 근무하다 ‘생계를 위해’ 작은 컴퓨터 회사에 들어가 최근까지 일해 왔다. 그러다 “얼마 전 관할 사업부가 망해 지금은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강씨는 “그동안 불면과 폐쇄공포 등 여러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며 “아무래도 당시 사건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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