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주식 스스로 포기…고의 실권 가능성 커
문제의 문건에는, 이재용씨가 재산 증식용으로 사들인 비상장 주식을 삼성의 전·현직 핵심 임직원들이 대거 보유했던 것으로 나온다. 이씨가 1996년 3월 제일기획 전환사채를 인수할 때, 기존 주주 중에서 이종기 전 삼성화재 대표, 강진구 전 삼성전기 대표, 삼성항공 사장을 지낸 송세창 전 나산그룹 부회장, 이대원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 등이 실권을 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등 6개 계열사도 모두 실권했다. 반면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제외한 태평양, 한화, 빙그레 등 다른 법인 주주들은 모두 전환사채 인수에 참여했다. 당시 제일기획은 배당금도 많았고 상장을 앞둔 상태였다. 유독 삼성 계열사와 임직원들만 알짜 주식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이재용씨가 헐값에 이들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고의 실권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한 대목이다.
문건에는 흥미로운 인물도 등장한다. 96년 11월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를 재용씨와 공동으로 인수한 박아무개(46·여)씨는 십수년째 이건희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좌해 온 비서다.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소속으로 상무급 대우를 받고 있다. 서울통신기술을 설립한 이들도 대부분 전·현직 임직원들이다. 문건을 보면, 박씨는 보유 주식 일부를 2000년에 주당 7만원에 매각해 큰 차익을 챙긴 것으로 나온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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