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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령직원’기사에 댓글 1만6천개 ‘인터넷 민란’

등록 2007-11-11 12:26수정 2007-11-12 09:18

<미디어다음>에 실린 <한겨레 11월10일자 1면> 기사 관련 댓글. 11일 오전 11시까지 댓글이 1만6천개가 넘어섰다.
<미디어다음>에 실린 <한겨레 11월10일자 1면> 기사 관련 댓글. 11일 오전 11시까지 댓글이 1만6천개가 넘어섰다.
큰딸·막내 ‘대명기업에 근무’ 꾸며 월급 꼬박
“상근 안했지만 건물관리 기여” 해명 ‘기름’부은 꼴
누리꾼, 언론 외면에 ‘서명’‘수사촉구’ 행동 나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최근까지 자신이 세운 건물관리회사에 딸과 아들을 직원으로 근무한 것처럼 위장해 매달 월급을 타게 해 8800만원을 탈루했다는 의혹(<한겨레> 11월10일자 1면)에 대한 파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일 강기정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의 주장과 <한겨레> 취재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이 후보의 건물 관리회사인 대명기업으로부터 큰딸 이주연씨는 2001년 8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직원으로 등재돼 매달 120만원을 받았고, 막내아들 이시형씨는 2007년 3월부터 현재까지 이 곳에 근무하면서 매달 25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 후보의 아들과 딸은 실제 이 회사에 근무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 후보의 막내아들은 지난해 외국계 금융회사인 국제금융센터(SIFC)에 입사했다가 올해 7월 퇴사하고 외국 유학을 준비 중이다. 서류상으로 보면, 국제긍융센터와 대명기업에 근무한 기간(2007.3~2007.7)이 겹친다. 또 2001년 8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직원으로 등재됐던 이 후보의 딸은 2003년부터 1년 동안 미국에 있었다.

결국 이 후보는 자녀들을 자신의 회사에 ‘유령 직원’으로 등재해 지금까지 8800만원의 월급을 주는 방법으로 자신의 자녀에게 회사 돈을 빼돌린 셈이고 또 그만큼의 금액이 비용으로 처리돼 탈세를 한 셈이다. 이는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형적인 탈세와 횡령 수법이다. 이후보는 이번에 탈세와 횡령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대통령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 <한겨레> <미디어다음> <야후> 에 비난 댓글 줄이어

이 후보의 ‘아들딸 유령직원’ 의혹에 대한 <한겨레>의 보도가 나가자 인터넷 공간에서 일대 파장이 일었다. 11일 오전 9시 현재 <인터넷한겨레>에서만 관련기사에 댓글이 150여개 붙었다. <미디어다음>에 실린 <한겨레> ‘이명박, 자녀 자기회사 위장채용’ 기사에 대한 댓글은 1만6천여건을 넘어섰다. <야후>의 같은 기사에도 2600여개의 댓글이 붙었다. “내 회사돈 내가 쓰는데 어떠냐, 자녀에게 용돈을 월급 형태로 준 것인데 어떠냐”는 식의 댓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 후보의 행위를 비판하거나 질책하는 내용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비난글이 확산되는 추세다. 거의 ‘인터넷 민란’ 수준이다.


“생각해봐라. 수백억 재산에 건강보험료 1만3160원 내던 사람이 무슨 짓인들 못할 것이며, 안하겠는가? 한국인들 생각을 안하는 거냐? 생각할 뇌가 없는 거냐?”(<미디어다음> ‘산처럼’)

“BBK, 땅투기, 위장전입, 선거법 위반, 자녀 위장취업, 맛사지 등 수없는 의혹에도 국민의 50%가 넘게 지지하고 있어요. 국민이 원숭이 지능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지지율이잖아요.”(<미디어다음> ‘이방인’)

“비리로 비리를 돌려막으니. 카드 돌려막기는 들어봤어도, 오죽하면 대변인도 이 정도는 해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하냐?”(<미디어다음> ‘jjykko’)

“돈에 미쳐서 별 짓을 다했구만. 우리가 진짜 이런 인간을 우리 대표로 선출해야 되는 거여~”(<인터넷한겨레> sonmonjin)

“죄질로 따지면, BBK보다 더한 짓입니다. 중소기업 3년차 월급 200만원도 못받는 젊은이가 이 나라에 넘치는데, 취업 못한 젊은이가 이 나라에 넘치는데. 명박씨 해도해도 너무합니다. 서글픕니다.”(kenjis)

인터넷에 기사가 나간 뒤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이처럼 1만여개가 넘는 댓글이 붙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 이명박 건물관리인은 펜실베니아대·줄리어드음대 정도는 돼야지~

<인터넷한겨레> 기사 댓글. 11일 오전 11시까지 160여개가 넘어섰다.
<인터넷한겨레> 기사 댓글. 11일 오전 11시까지 160여개가 넘어섰다.
딸·아들의 대명기업 ‘유령직원’ 근무 사실에 대한 이명박 후보쪽의 해명은 이번 사태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지난 9일 강기정 의원의 대정부 질문으로 ‘유령근무’ 사실이 드러나자, 이에 대해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애초 “해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며 해명을 거부했다. 그러나 구체적 물증 제시 등으로 사실이 확인되고 파장이 확산되자 나 대변인은 “상근직으로 근무한 것은 아니지만, 건물 관리에 일부 기여한 바가 있다”고 다시 해명을 했다.

<미디어다음>에서 ‘잉글리쉬페이션트’는 “명박이 건물관리인 평균 학력이 화려하겠네.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와 줄리어드 음대 출신을 건물관리인으로 쓰는 명박형은 역시 대인배?”라며 “외국 유학파 아니면 ‘부동산임대 이명박’사의 건물 관리인이 되기 힘들겠네”라고 꼬집었다.

■ “요즘 대세는 투잡족” “미국서 선진 건물관리기법 익혔겠지”
누리꾼, 이후보 아들·딸 ‘이중근무’ ‘미국 체류하며 월급 수령’ 꼬집어

‘푸름이’는 “서류상으로 아들이 국제금융센터와 대명기업에 근무한 기간과 딸이 미국에 가 있던 기간이 겹치는 것이 뭐가 문제냐”며 “요즘에는 투잡족이 대세이고, 건물의 선진적 관리기법을 익혀와서 건물 관리에 ‘일부’가 아닌 ‘상당히’ 그리고 ‘더욱’ 기여하기 위해 미국에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비아냥거렸다.

‘jjykko’ 역시 “명박씨의 대범함! 줄리어드음대를 졸업한 딸도 빌딩관리원으로 취직시켜 저 밑바닥부터 사회공부 좀 하라는 이 스케일. 혹시 이런 뜻?”이라고 힐난했고, ‘가치투자’는 “차라리 아무 말 말지…. 미국에 가 있는 사람이 무슨 수로 건물 관리에 기여를 하냐? 정말 아주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서울시장이나 하고 있던 사람이 몇 푼 아낄려고 하는 짓이란. 정말 욕밖에 안나온다”고 개탄했다.

미디어오늘은 <한겨레> 기사에 대한 누리꾼의 폭발적인 반응을 머릿기사로 소개했다.
미디어오늘은 <한겨레> 기사에 대한 누리꾼의 폭발적인 반응을 머릿기사로 소개했다.
‘말이 안되는 상황’에 대한 ‘해명’을 하고 나선 나경원 대변인에 대한 비판도 줄을 이었다.

‘겨울나그네’는 “<체험, 삶의 현장>에서 하루이틀 정도 체험을 했었기 때문에 일당을 줬다는 말씀?”이냐며 “나대변인 말 골 때리는구나. 국민을 졸로 보는 오만방자함을 보이는구나. 뻔한 부정비리를 보고서도 변명하다니”라고 비판했다. ‘똥가리’는 “대변인 말이 걸작”이라며 “이왕이면 자녀들에게 비정규직의 고단한 삶을 체험시키기 위해 근무시켰다고 해명하지”라고 꼬집었다.

‘바람바그네’처럼 “화장실 청소를 했는지, 전구를 갈았는지, 무엇을 해서 건물 관리에 일부 기여를 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하는 의견도 여럿이었다.

■ ‘이명박 아들딸 유령직원’을 다루지 않은 언론에 비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KBS·MBC 등 주요언론이 ‘이 후보 아들딸 유령직원’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인터넷한겨레>에서 ‘kimmoonh’는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 대통령이 되려는 자가 법을 안 지켜도 아무 언론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네”라고 혀를 찼고, ‘boxer313’는 “아아~ 9시 뉴스에서도 보도 안하네요. 언론까지 눈과 귀를 막네요. 이거 정말 큰일이군요. 정말 슬프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미디어다음>에서 ‘FROM열정’은 “이런 내용들 이게 사실이라면 주변사람들에게 알려 줘야 한다”고 개탄했다.

대통령 선거의 중립성 등을 들먹이며, 이 후보의 ‘자녀 위장채용’을 통한 ‘탈루 의혹’을 포털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노출하지 않은 <네이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ashlyn’는 “(다음은) 오늘 하루도 이 기사를 메인기사로 올려서 국민들의 의사를 더 들어 보자. 그래서 댓글 2만, 3만까지 가야 한다”며 “그래서 조·중·동도, MBC·KBS·SBS도 내보내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구’ 역시 “이쯤에서 <다음>에 공중파방송 허가해줘라”라며 “권력에 굴하지 않는 깨끗한 방송 다음”이라고 추켜세웠다. ‘풋레’는 “다음을 응원한다. 한국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라며 “근조-네이버, 번영-다음”이라고 썼다.

■ 누리꾼, ‘방송사 제보하기’ ‘댓글 늘리기’ ‘국세청에 조사 촉구하기’ 구체적 행동 나서

댓글, 항의전화 걸기 등을 통해 누리꾼의 힘을 보여주자는 구체적 제안도 나왔다.

<미디어다음>에서 ‘황금나무’는 “댓글 10만개를 향하여 우리 네티즌들이 나서자. 이 나라를 살릴 수 있도록 우리 다함께 힘을 보아 봅시다”고 했고, ‘jbloap’는 “댓글 숫자 늘리기 운동을 하자. 오늘 저녁 뉴스에 나올 수 있도록 다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반항아’는 “1997년 인터넷을 시작한 이래로, 기사 하나에 1만2천개가 넘는 댓글은 처음 본다. 민란 수준”이라고 말했다.

‘책읽는호박’은 “댓글만이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시키는 수단이다. 이 기사를 읽는 모든 분들 단 한개씩이라도 댓글 달아서 네티즌의 분노를 알리자”며 “언론은 허구헌날 자기네들 편한대로 기사를 취사선택한다. 국민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시키자”고 주장했다.

국세청 자유게시판에 이명박 후보 자녀들의 유령직원 근무로 인한 탈세와 횡령에 조사를 촉구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국세청 자유게시판에 이명박 후보 자녀들의 유령직원 근무로 인한 탈세와 횡령에 조사를 촉구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누리꾼의 현실 참여는 ‘유령직원’을 ‘실시간 인기검색어’로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래서’는 “<다음> <네이버>에 ‘유령직원’을 쳐보라”며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언론에 대해 국민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자. 다들 동참해서 나라를 살리자”고 제안했다.

‘와호잠호’는 “KBS 1TV 뉴스 제작팀에 전화하자. 781-4912”라고 전화번호를 적은 뒤 “당직 기자가 말하기를,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기에 이런 중대사안을 알리지 않으면 뭘 알리냐, 누구랑 통화하면되냐 하니 3시에 해보라고 했다. 필요하면 보도본부장이나 총괄팀장에게도 전화하자. 9시 뉴스에 나오도록”이라며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공지했다. 댓글에는 다수의 누리꾼이 제안대로 방송사 보도촉구 전화에 나선 사실이 올라왔다.

■ ‘유령직원’ 인기검색어 만들기, 촛불시위 제안도

언론사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자는 제안도 있다. <미디어다음>의 이희경씨는 “지지율이 가장 높다는 이명박 자녀 위장취업 기사가 다음에서 1만6천건의 댓글이 넘어가는데 방송 3사 그 어느 곳도 이 문제를 다루는 곳이 없다”며 “언론이 본분을 잃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대한민국을 폐쇄적이며 불투명한 국가로 만드는 초석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분명 직무유기”라며 언론의 제 역할을 촉구하기 위해 방송사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자고 제안했다.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 자유게시판에는 국세청이 이명박 후보의 탈루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난글과 더불어 “이명박 탈세 의혹을 조사하라”는 누리꾼의 제안이 속속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네이버와 주요언론들이 '유령직원' 보도를 안하자, 이를 인기검색어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고, 실제로 '유령직원'은 뉴스 분야 인기검색어에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네이버 초기화면에 주요뉴스로 처리되지 않아 누리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네이버와 주요언론들이 '유령직원' 보도를 안하자, 이를 인기검색어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고, 실제로 '유령직원'은 뉴스 분야 인기검색어에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네이버 초기화면에 주요뉴스로 처리되지 않아 누리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 “나도 개인사업자, 이명박씨처럼 해도 세무조사 안할거죠?”

국세청 게시판에 '개인사업자'라며 글을 올린 김창현씨는 "이명박씨처럼 가족중 일부를 위장취업시켜서 경비지출을 늘려도 세무조사 안하실거죠? 우리나라에 개인사업자가 650만명이라던데 앞으로는 그분들이 다들 이런식으로 탈세해도 괜찮은거죠?"라며 되묻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의 자녀 '유령직원' 행위가 가져올 파장이 만만찮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정동영 후보 선거대책위의 서종화 부대변인은 10일 논평을 내어 “하루가 멀다 하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각종 ‘위장’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우리 국민은 이제 그의 이름이 이명박인지조차 의심스러워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서 부대변인은 “아들과 딸을 자기의 건물관리회사 직원으로 위장채용해 다달이 급여를 줬던 사실은 명백한 횡령죄”라며 이 후보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 정치권도 이 후보 비난 대열 가세
“형법상 배임특수교사죄와 법인세 탈세인 중범죄 행위”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이명박 후보의 굳은 표정. 연합뉴스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이명박 후보의 굳은 표정. 연합뉴스
문국현 후보 선거대책위 곽노현 대변인도 같은날 “비리백화점 이명박 후보의 재고목록에 위장채용과 급여수령의 형식을 빌은 회사공금 횡령과 세금 탈루라는 신규 품목이 보태졌다”고 주장했다.

곽 대변인은 “회사공금으로 급여가 지급되도록 자기 아들의 위장채용을 지시하고 방임해 온 MB의 파렴치한 행위는 형법상 배임특수교사죄에 해당하는 중범죄 행위이자 회사의 비용을 과다 계상하여 법인세를 탈세한 조세 범죄”라며 “강기정 의원이 대정부질문 당시 제시한 공문서에 의해 범죄혐의를 인지한 검찰은 더이상 머뭇거리며 시간을 끌 이유가 전혀 없다. 당장 이 사건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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