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국세청 차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 본청에서 열린 지방청장회의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국세청 “섬기는 마음으로 몸 낮추겠다” 대국민 사과
“환골탈태의 각오로 국궁진력(鞠躬盡力·섬기는 마음으로 몸을 낮추어 온힘을 다한다)하겠다.”
한상률 국세청 차장은 8일 오전 긴급 소집된 지방국세청장 회의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일로 (상납·뇌물이) 일반 관행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이해할 수 없고 납득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사실보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만큼 세무조사 관련 부조리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지방청장들에게 요구했다.
국세청은 이날 회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언론에 공개했다. 국세청이 내부 회의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현직 국세청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그만큼 위기 의식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세청 내부의 분위기를 들여다보면 진정으로 쇄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쇄신 방안보다는 후임 청장으로 외부 인사가 수혈돼 내부 물갈이가 단행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후임 국세청장에 대해 “내부라고 단정할 수 없고, 외부 인사도 열어놓고 있다”며 “내·외부 인사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애초 내부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런 상황에서 내부 승진은 부적절하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외부 인사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이런 여론이 확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외부 인사가 청장이 되면 내부 반발이 생길 수 있고 후유증도 커진다”며 “내부 인사가 돼야 흐트러진 조직을 빨리 추스를 수 있고 자정도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 인사든 내부 인사든 임기 3개월짜리 청장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어차피 새 정권이 들어서면 교체될 가능성이 큰데, 외부 청장이 내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큰 폭의 인사 같은 과감한 조처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설사 내부 청장이라 할지라도 다음 정권에서 유임된 뒤라면 모를까 그 전까지는 큰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게 국세청 내부의 관측이다.
이런 분위기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번 건이 관행적 비리인지 개인적 일탈인지 불명확하다”며 “관행적이라면 이것 역시 수사해야 할 대상이고 공사가 커지게 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후임 청장 임기가 사실상 석 달 남았는데 언제 업무 파악하고 쇄신을 하느냐는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정권 말이라는 시점이 국세청으로서는 방패막이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세청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높아져가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날 국세청 개혁 서명 운동과 국세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항의 글을 남기는 사이버 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국세청은 부패와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이재근 팀장은 “대통령 임기 말이라고 국가기관들이 해야 할 일을 방기해선 안 된다”며 “국세청 내부 자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감사원이 전면 감사에 나서고 검찰도 이미 확보한 단서들을 근거로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선희 신승근 기자 shan@hani.co.kr
한 차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23일 전군표 전 국세청장 퇴근 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국세청 직원의 사진기자 폭행 사건과 관련해 카메라를 내려놓고 침묵 시위를 벌인 사진기자들에게 사과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국세청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높아져가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날 국세청 개혁 서명 운동과 국세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항의 글을 남기는 사이버 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국세청은 부패와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이재근 팀장은 “대통령 임기 말이라고 국가기관들이 해야 할 일을 방기해선 안 된다”며 “국세청 내부 자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감사원이 전면 감사에 나서고 검찰도 이미 확보한 단서들을 근거로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선희 신승근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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