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최열·김형기씨 등 ‘쓴소리’
‘삼성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이후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지모는 지난해 삼성이 ‘엑스(X) 파일’ 파문 뒤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외부의 쓴소리를 듣겠다’며 각계 인사 8명으로 꾸린 모임이다.
삼지모의 간사격인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8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차명계좌 등 비자금 의혹을 삼성 스스로 털고가야 한다”며 “(검찰 수사 등) 사안이 진전되면 따로 모임을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삼성이 엑스파일, 대선자금 사건 등을 겪으면서 국민들한테 달라지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번 일도) 우물쭈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삼성그룹 수뇌부에 옛날의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이를 솔직히 밝히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그러나 떡값 로비, 삼성에버랜드 사건의 증언 조작 의혹 등에 대해서는 “차명계좌 외에는 김 변호사와 삼성의 주장이 맞서고 있어 아직은 (삼지모 차원에서) 뭐라 말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한발 물러섰다. 추가적인 증거 공개와 검찰 수사 등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그는 또 “김 변호사도 떡값 리스트 등 증거가 있다면 이를 당당히 공개하고, 자신도 잘못한 게 있으면 처벌받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삼지모는 지난해 6월 첫 모임을 연뒤 지금까지 분기별로 6차례 모임을 가졌다. 삼성 쪽에서는 이학수 부회장 등 전략기획실 핵심 임원과 계열사 사장 등 7~8명이 참석한다. 삼지모는 그동안 뚜렷한 활동이 없어 비판 여론을 무마하려는 들러리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최 대표는 “지금까지 삼성의 조직문화, 사회공헌, 남북경협 등을 주제로 논의를 했고, 삼성도 우리 지적을 반영해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작업을 현재 진행중인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기존의 백화점식 사회공헌 방식을 개선하고, 남북경협에서 기술지원과 투자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는 등 나름의 성과가 있다는 것이다. 삼지모는 이런 의견이 실제 삼성그룹의 경영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결산해 올 연말께 공표할 계획이다.
삼지모에 참여하는 또다른 인사는 “삼지모는 말 그대로 일종의 외부 조언 그룹”이라며 “큰 틀에서 삼성과 관련된 우리사회의 여론을 전달하고 개선점을 조언하는 것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지모 참여 인사는 김형기 좋은정책포럼 공동대표, 방용석 전 노동부 장관, 이정자 녹색미래 대표, 최열 환경재단 대표, 최학래 전 한겨레신문사 사장,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이다.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는 지난 2월 개인 사유로 탈퇴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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