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임신부가 안그래도 해로운 컴퓨터모니터 앞에 앉아서 띄우는 ‘김미영 기자의 초보엄마 되기의 어려움’에 누리꾼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생활의발견]1. 출산앞둔 김기자가 ‘내 몸’ 얘기를 시작한 이유
<인터넷한겨레>는 오는 5월말 출산을 앞두고 있는 김미영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기자의 ‘생활의 발견-출산을 앞두고’ 기획연재를 주 1회씩 총 7회에 걸쳐 매주말 싣는다. 김미영 기자는 지난해 결혼 때 자신의 결혼 준비과정에서 부닥친 문제들과 생각을 ‘생활의 발견’ 시리즈로 소개한 바 있다. 이번 ‘생활의 발견’은 김미영 기자의 결혼편에 이은 ‘출산편’의 성격을 지닌다. 편집자
임산부 김미영이 [생활의 발견]을 쓰는 이유
지극히 개인적 감상, 혹은 불평과 성토가 될 수도 있는 ‘생활의 발견-임신·출산·육아’를 7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용기를 낸 이유는 내가 겪는 고민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친구와 선후배,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대부분의 여성들이 한번쯤 겪었던, 혹은 겪게 될 일이라는 점에서 ‘속시원히 털어놓을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보고 싶은 포부도 있었다.
‘산전일기 겸 육아기’이지만 이 글은 임신을 통해 달라지는 내 몸과 정신의 변화에 대한 기록을 벗어나고자 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정보교환과 공유에도 국한되지 않을 작정이다. 나는 임신부로서 정부가 추진하는 저출산 극복대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직접 깨달아가는 과정에 있다. 정부가 그나마 애써 내놓은 정책(육아휴직, 보육대책 등)들도 현실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것 또한 스스로 체험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경험은 ‘살아있는’ ‘생생한’ 체험기사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성보호 및 보육 정책을 다루는 관련자들에게 뭔가 의미있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는 오기와 희망을 품었다.
또 내 자신과 미래의 아이가 정부의 현실적인 ‘저출산 극복대책’ 또는 ‘임신-출산-육아정책’의 진정한 수혜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도 이 글의 ‘사소한 동기’다. 그 길은 나와 내 아이만의 행복이 아니라, 앞으로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할 모든 이들의 행복이고 결국 우리 사회의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만삭의 임신부가 안그래도 해로운 컴퓨터모니터 앞에 앉아서 띄우는 ‘초보엄마 되기의 어려움’에 누리꾼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김미영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기자
“나 임신” 발표에 주위는 “너 정말 고민되겠다~”
%%990002%% 2005년 5월25일. 내 몸을 통해 새 생명이 태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날이다. 출산예정일이다. 결혼 11개월 만에 이뤄지는 초스피드 출산이다. 31살인 내가 2005년 4월 임신 9개월의 임산부가 될 것이라는 건 얼마 전까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사실 계획도 없었다. 그만큼 임신은 받아들이기 당혹스런 현실이었다.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많이 울었고, 짜증도 많이 냈다. 뱃속의 아이를 탓하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 당시 “아이는 낳기만 하라. 국가에서 다 키우겠다”고 장담한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만을 믿고 덜컥 임산부가 된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건상 ‘출산’과 ‘육아’를 해결할 수 있는 처지에 있지 않았고, 노 대통령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감당해야 할 현실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었다.
노무현 후보 대선공약“아이는 낳기만 하라. 국가에서 다 키우겠다”
그의 '뻥'을 믿은 내가 바보(?) %%990003%% 정부와 국회, 언론은 잇따라 ‘저출산’ 문제를 지적하며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3개월의 출산휴가와 1년간의 육아휴직, 20만원의 출산장려금 지급과 분만시 의료보험혜택 확대같은 출산장려 정책이 나왔다. 최근에는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결혼 후 1년 내 임신하고, 2명의 자녀를, 30살 이전에 낳아 건강하게 잘 기르자”는 취지의 ‘123운동’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한다. 이런 캠페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꼭! 그렇게 하면 “40대에 파산한다”고 비아냥댄다.(난 이미 123에 해당할 자격도 없어졌지만, 이 걸 따라하다간 파산이라는 데는 동감!)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 대책기구를 꾸린다는 소식도 들린다. 2003년 기준 한국의 출산율은 1.19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보도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상실 우려가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와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며,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난 매일매일 눈물과 한숨을 쏟아야 했다. “저런 쓸데 없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정책은 왜 남발한담! 역시나~ 탁상행정. 너희들이 임산부와 여성의 고통을 알아?” 왜냐고? 우선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극복대책들이 실질적 출산 독려책이 될 수 없다는 걸 절감한 까닭이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이처럼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고, 눈물을 쏟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 내 경우를 보자. 몇천만원짜리 다세대주택 꼭대기층 전셋집에서 살고 있는 우리 부부는 맞벌이이지만 경제적 여유는 거의 없다. 아이 하나를 갖게 될 경우 추가로 들어갈 경제적 지출에 대한 우려가 새로운 가족 탄생의 즐거움에 앞섰다. 또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이 겪어야 할 불이익, 3개월의 출산휴가 뒤 보육문제와 보육비 부담…생각하면 할수록 첩첩산중인 걱정거리였다. 이런 걱정들만 해결된다면, “그까짓 거 ~ 아이 셋도 낳겠다!” “애만 낳으라고? 그럼 모든 것이 해결되나?” %%990004%% 실제로 아이를 키우게 될 경우를 가정하니 캄캄해졌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금의 4층 꼭대기집은 벗어나야 할테지만, 이를 감당할 저축은 거의 바닥이다. 지난해 9월 임신을 알게된 뒤부터 지금까지 200~300만원이라는 기대 밖의 진료비 지출이 있었다. 여기에 출산 당시 병원비(50~150만원)와 산후조리(100만원 안팎), 출산준비물 구입(50만원 상당) 등의 비용으로, 최소 200~300만원의 목돈이 들어간다. 아이를 키우게 되면, 당장 월 50~100만원의 육아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아이 하나가 늘면 가정경제는 수렁이 된다. 그나마 찔끔찔끔 해왔던 저축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 게다가 20만원의 출산장려금 지급건도 예산문제로 백지화됐다는 맥빠지는 소리도 들린다. 더 맥빠지게 하는 것은 주변사람들의 반응이다. 친정어머니마저 딸 자식의 임신 소식에 ‘갈채’보다는 ‘우려’를 전했다. “회사 다니며 살림하기도 힘든데, 아이는 천천히 갖지. 너희 부부의 경제사정도 고려해야지. 아이가 없을 때 그나마 목돈을 모을 수 있지 애 생기면 저축도 못한다. 당장 애는 어떻게 키우려고?” 며칠 전 만난 대학 동창도 “아이 아직 계획 없어. 우리나라 형편상 맞벌이를 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저축하고 살지, 혼자 벌어서는 살기 힘들잖아. 그런데 애라도 생겨봐. 당장 추가로 들어가는 생활비가 얼마야? 너 정말 고민되겠다. 난 아예 안 낳는 것도 고민하고 있어. 얘~”라며 동정하는 눈치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안 가지려고 했지. 완전 실수야. 임신사실을 알고는 지우는 것도 고려했어. 그래도 그게 어디 쉽니? 그래서 그런지 내가 요즘 산전우울증에 빠진 것 같아. 정부에서는 애 낳으라고 하는데, 생각해 봐라. 애 낳을 여건이 돼야 말이지. 기껏해야 출산휴가 3개월이 고작이잖아.~” 한술 더떠 나 역시 쌓여 있던 불만을 토해냈다. 그렇지 않아도 하소연할 곳 없나 벼르던 참이었다. 몸에 살이 붓고, 배가 나오고, 행동이 굼떠지는 것 때문이 아니다. 운이 좋게도 내가 일하는 회사는 분위기상 임신부를 꺼리거나, 임신했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 않는 곳이기에 업무스트레스는 덜했지만, 개인적 미안함과 별도로 출산예정일이 다가올수록 육아에 대한 고민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스트레스는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990005%%
‘댓돌 위에 신발을 벗어놓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남자들은 모이면 군대 얘기다. 신분과 나이를 떠나 대부분의 남자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화제다. 그에 맞서 여자들끼리는 만나면 애 얘기다. 남자들이 군대 때 고생한 얘기를 한다면 엄마들끼리는 애 낳을 때 겪은 사연들을 나누다 보면 금세 친밀해진다. 남자들에게 국방의 의무가 부여되었다면, 여자들에겐 출산이 그 못지않은 과제다. 애 낳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 옛날 어머니들은 애 낳으러 방에 들어갈 때면 댓돌 위에 고무신을 벗어 놓으며 “내가 다시 이 고무신을 신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정말 ‘오만가지’의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간다고 말했다. 산부인과가 아닌 자가분만이 이뤄지던 시절의 출산 위험이긴 했지만, 그래도 출산은 두렵고 걱정스러운 것이었다. 민주화되고 구타가 사라진 군대라지만 스무살 언저리의 남자들에게 병역의 의무가 여전히 버거운 것처럼, 현대화된 의료로 인해 출산시 위험도가 낮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여자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댓돌 위에 신발을 벗어놓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스치는’ 경험이다. 그런데, 애를 갖게 된 내가 걱정하는 게 애를 낳는 것에 대해서라기보다는 애를 낳고 난 뒤에 도대체 애를 어떻게 길러야 하다니 라는 생각이 거의 전부라니…. “언제부터 애를 낳아야 할 여자들이 임신을 하면 애낳을 걱정대신 애를 어떻게 길러야 하나, 어디에 맡겨야 하나를 걱정하게 되었나?” 궁금증이 들었다. 의아심 속에서도 대책을 찾지 않을 수는 없다. 나 역시 석달간 출산휴가를 마치면 백일도 안 된 아이를 맡겨야 하니, 탁아소도 찾아야 했다. ‘나만 겪는 유별난 경우인가?’ 출산을 앞둔 대부분의 여성의 현실적인 고민일 것이다. 모유 수유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데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아이를 남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사실은 임신부가 되어보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더구나 내 경우 업무의 특성상 일주일에 한번꼴로 돌아오는 야근과 주말근무 등 출퇴근이 일정치 않은 것도 문제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까지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고 해 알아봤지만 회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데다, 월 40만원의 육아휴직 보조금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곧바로 검토대상에서 뺐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그의 '뻥'을 믿은 내가 바보(?) %%990003%% 정부와 국회, 언론은 잇따라 ‘저출산’ 문제를 지적하며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3개월의 출산휴가와 1년간의 육아휴직, 20만원의 출산장려금 지급과 분만시 의료보험혜택 확대같은 출산장려 정책이 나왔다. 최근에는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결혼 후 1년 내 임신하고, 2명의 자녀를, 30살 이전에 낳아 건강하게 잘 기르자”는 취지의 ‘123운동’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한다. 이런 캠페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꼭! 그렇게 하면 “40대에 파산한다”고 비아냥댄다.(난 이미 123에 해당할 자격도 없어졌지만, 이 걸 따라하다간 파산이라는 데는 동감!)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 대책기구를 꾸린다는 소식도 들린다. 2003년 기준 한국의 출산율은 1.19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보도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상실 우려가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와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며,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난 매일매일 눈물과 한숨을 쏟아야 했다. “저런 쓸데 없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정책은 왜 남발한담! 역시나~ 탁상행정. 너희들이 임산부와 여성의 고통을 알아?” 왜냐고? 우선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극복대책들이 실질적 출산 독려책이 될 수 없다는 걸 절감한 까닭이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이처럼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고, 눈물을 쏟는 일도 없었을 테니까. 내 경우를 보자. 몇천만원짜리 다세대주택 꼭대기층 전셋집에서 살고 있는 우리 부부는 맞벌이이지만 경제적 여유는 거의 없다. 아이 하나를 갖게 될 경우 추가로 들어갈 경제적 지출에 대한 우려가 새로운 가족 탄생의 즐거움에 앞섰다. 또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이 겪어야 할 불이익, 3개월의 출산휴가 뒤 보육문제와 보육비 부담…생각하면 할수록 첩첩산중인 걱정거리였다. 이런 걱정들만 해결된다면, “그까짓 거 ~ 아이 셋도 낳겠다!” “애만 낳으라고? 그럼 모든 것이 해결되나?” %%990004%% 실제로 아이를 키우게 될 경우를 가정하니 캄캄해졌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금의 4층 꼭대기집은 벗어나야 할테지만, 이를 감당할 저축은 거의 바닥이다. 지난해 9월 임신을 알게된 뒤부터 지금까지 200~300만원이라는 기대 밖의 진료비 지출이 있었다. 여기에 출산 당시 병원비(50~150만원)와 산후조리(100만원 안팎), 출산준비물 구입(50만원 상당) 등의 비용으로, 최소 200~300만원의 목돈이 들어간다. 아이를 키우게 되면, 당장 월 50~100만원의 육아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아이 하나가 늘면 가정경제는 수렁이 된다. 그나마 찔끔찔끔 해왔던 저축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 게다가 20만원의 출산장려금 지급건도 예산문제로 백지화됐다는 맥빠지는 소리도 들린다. 더 맥빠지게 하는 것은 주변사람들의 반응이다. 친정어머니마저 딸 자식의 임신 소식에 ‘갈채’보다는 ‘우려’를 전했다. “회사 다니며 살림하기도 힘든데, 아이는 천천히 갖지. 너희 부부의 경제사정도 고려해야지. 아이가 없을 때 그나마 목돈을 모을 수 있지 애 생기면 저축도 못한다. 당장 애는 어떻게 키우려고?” 며칠 전 만난 대학 동창도 “아이 아직 계획 없어. 우리나라 형편상 맞벌이를 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저축하고 살지, 혼자 벌어서는 살기 힘들잖아. 그런데 애라도 생겨봐. 당장 추가로 들어가는 생활비가 얼마야? 너 정말 고민되겠다. 난 아예 안 낳는 것도 고민하고 있어. 얘~”라며 동정하는 눈치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안 가지려고 했지. 완전 실수야. 임신사실을 알고는 지우는 것도 고려했어. 그래도 그게 어디 쉽니? 그래서 그런지 내가 요즘 산전우울증에 빠진 것 같아. 정부에서는 애 낳으라고 하는데, 생각해 봐라. 애 낳을 여건이 돼야 말이지. 기껏해야 출산휴가 3개월이 고작이잖아.~” 한술 더떠 나 역시 쌓여 있던 불만을 토해냈다. 그렇지 않아도 하소연할 곳 없나 벼르던 참이었다. 몸에 살이 붓고, 배가 나오고, 행동이 굼떠지는 것 때문이 아니다. 운이 좋게도 내가 일하는 회사는 분위기상 임신부를 꺼리거나, 임신했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 않는 곳이기에 업무스트레스는 덜했지만, 개인적 미안함과 별도로 출산예정일이 다가올수록 육아에 대한 고민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스트레스는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990005%%
‘댓돌 위에 신발을 벗어놓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남자들은 모이면 군대 얘기다. 신분과 나이를 떠나 대부분의 남자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화제다. 그에 맞서 여자들끼리는 만나면 애 얘기다. 남자들이 군대 때 고생한 얘기를 한다면 엄마들끼리는 애 낳을 때 겪은 사연들을 나누다 보면 금세 친밀해진다. 남자들에게 국방의 의무가 부여되었다면, 여자들에겐 출산이 그 못지않은 과제다. 애 낳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 옛날 어머니들은 애 낳으러 방에 들어갈 때면 댓돌 위에 고무신을 벗어 놓으며 “내가 다시 이 고무신을 신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정말 ‘오만가지’의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간다고 말했다. 산부인과가 아닌 자가분만이 이뤄지던 시절의 출산 위험이긴 했지만, 그래도 출산은 두렵고 걱정스러운 것이었다. 민주화되고 구타가 사라진 군대라지만 스무살 언저리의 남자들에게 병역의 의무가 여전히 버거운 것처럼, 현대화된 의료로 인해 출산시 위험도가 낮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여자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댓돌 위에 신발을 벗어놓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스치는’ 경험이다. 그런데, 애를 갖게 된 내가 걱정하는 게 애를 낳는 것에 대해서라기보다는 애를 낳고 난 뒤에 도대체 애를 어떻게 길러야 하다니 라는 생각이 거의 전부라니…. “언제부터 애를 낳아야 할 여자들이 임신을 하면 애낳을 걱정대신 애를 어떻게 길러야 하나, 어디에 맡겨야 하나를 걱정하게 되었나?” 궁금증이 들었다. 의아심 속에서도 대책을 찾지 않을 수는 없다. 나 역시 석달간 출산휴가를 마치면 백일도 안 된 아이를 맡겨야 하니, 탁아소도 찾아야 했다. ‘나만 겪는 유별난 경우인가?’ 출산을 앞둔 대부분의 여성의 현실적인 고민일 것이다. 모유 수유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데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아이를 남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사실은 임신부가 되어보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더구나 내 경우 업무의 특성상 일주일에 한번꼴로 돌아오는 야근과 주말근무 등 출퇴근이 일정치 않은 것도 문제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까지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고 해 알아봤지만 회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데다, 월 40만원의 육아휴직 보조금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곧바로 검토대상에서 뺐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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