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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진 도둑질에 ‘분통’ 항의하면 ‘오리발’

등록 2007-11-02 14:27수정 2007-11-03 14:07

사진가 김철회씨가 진주시청으로부터 사진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2007 진주남강유등축제’ 현수막 사진과 김철회씨가 직접 찍은 불꽃사진. 김철회씨 제공.
사진가 김철회씨가 진주시청으로부터 사진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2007 진주남강유등축제’ 현수막 사진과 김철회씨가 직접 찍은 불꽃사진. 김철회씨 제공.
‘무명사진가 사진’ 무단 도용 백태
블로그 사진 무단 도용에 지자체·언론사가 ‘앞장’
문제 생기면 ‘외주업체에 책임’…소송하면 배보다 배꼽
# 1. 경남 사천에 사는 아마추어 사진작가 김철회씨는 지난달 12일 ‘2007 서울불꽃축제’ 사진을 찍기 위해 상경했다가 서울남부터미널에 걸려 있는 ‘2007 진주 남강 유등축제’ 현수막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찍은 불꽃 사진(자신의 블로그 blog.naver.com/4langman 게재)이 현수막에 버젓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주시청에 전화해 따졌다. 진주시청 관계자는 “부산교통쪽으로부터 사진을 받았다”며 사진 도용 혐의를 떠넘겼다. 반면 부산교통 쪽은 “현수막은 걸었지만, 사진은 시청에서 받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다시 진주시청에 항의하니, 담당자는 “다시 알아보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부산교통 쪽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기획을 맡겼던 한라광고사가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을 썼다”며 진주시청을 감싸고,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겼다.

김씨는 진주시청의 사진 도용 관련 내용을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란 제목으로 ‘SLR클럽’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사진 도용과 관련해 진주시청이나 담당자의 해명이나 사과를 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김씨는 “금전적 피해를 떠나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저작권이 보호받고, 비슷한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렸다”고 했다.

김씨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사진을 도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축제박람회’ 때도 주최 쪽은 김씨의 사자유등 사진 1개를 무단 도용했다는 것이다. 사진 오른쪽에 ‘까망천사’라는 닉네임의 낙관이 있었는데, 그것을 쏙 뺀 채 각종 홍보물에 게재했다. 그는 “사진 도용에 항의했고 며칠 뒤 사과문을 받았지만, 자유게시판에 올렸다”며 “그리고는 며칠 뒤 그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지금은 새로운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해 사과문이 없어졌다. 저작권이 이렇게 무시되어도 되느냐”고 말했다.

사진가 김철회씨가 사천시청으로부터 사진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화이트소주’ 라벨에 붙은 사천세계타악축제 홍보 문구 사진과 김철회씨가 직접 찍은 사진. 김철회씨 제공.
사진가 김철회씨가 사천시청으로부터 사진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화이트소주’ 라벨에 붙은 사천세계타악축제 홍보 문구 사진과 김철회씨가 직접 찍은 사진. 김철회씨 제공.

경남 사천시청도 김씨의 사진을 허락없이 썼다고 김씨는 말했다. ‘화이트 소주’ 라벨에 지역광고로 내보내는 ‘사천세계타악축제’ 홍보물에 김씨가 찍은 사진이 실려 있었다. ‘화이트 소주’ 쪽에 항의하니, “사진을 다운받아 실었고, 저작권에 대해 몰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는 또 사과문만 받고 일단락지었다.

김씨의 사진을 도용한 곳은 대한민국축제박람회 조직위, 진주시청, 사천시청으로, 모두 지방자치단체나 언론사 주최의 행사였다.

무명 사진가들의 사진도용 사례 빈번

김씨처럼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무단 사진도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유명 사진가의 경우 해당 언론사나 사진가 쪽에 저작권료를 지불해 사용하지만, 개인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불법으로 다운받아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디지털 사진이 널리 보급되면서 사진애호가가 늘고 있고, 개인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진을 올리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피해자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진짜 문제는 김씨의 사례처럼 저작권을 감시·보호해야 할 자치단체가 앞장서 ‘무단도용’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김씨의 주장에 대해 ‘2007 진주남강유등축제’ 현수막을 제작했던 한라광고사 강윤미씨는 “당시 현수막을 만들었던 직원이 퇴사했고, 현재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네이버>에서 찾아 쓴 것 같은데,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 시청쪽으로부터 사진을 받았지만, 그 사진은 쓰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2. 사진가 김아무개(30)씨도 올해 한 방송사로부터 사진도용 피해를 당했다. 뒤늦게 항의해 사진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받고, 합의할 수 있었다. 김씨는 “주변 사진가들 중에서 방송국을 포함해 사진 도용 피해를 입은 사람이 여럿 있다”며 “사진가가 직접 방송을 보고, 도용 사례를 확인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신문에 실린 독자 사진도 타 언론사에 의해 ‘방송사 프로그램’에 납품

KBS2TV의 ‘뮤지컬 대상 시상’에서 배경화면으로 박정식씨가 찍어 <한겨레> 사진클리닉에 실은 사진이 저작권자와 아무런 협의 없이 사용되었다. KBS 화면 캡처.
KBS2TV의 ‘뮤지컬 대상 시상’에서 배경화면으로 박정식씨가 찍어 <한겨레> 사진클리닉에 실은 사진이 저작권자와 아무런 협의 없이 사용되었다. KBS 화면 캡처.

# 3.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사는 생활사진가 박정식씨는 지난달 26일 지인의 전화를 받은 뒤 급히 한 방송사의 ‘다시보기’ 코너를 통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깜짝 놀랐다. KBS2TV의 ‘뮤지컬 대상 시상’이었는데 느닷없이 화면에서 무대의 배경화면으로 자신이 찍은 조카들의 사진이 몇 초간 노출되고 지나간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찍어 <한겨레> 독자코너 ‘사진클리닉’에 올렸던 사진이었다. 경위를 알아보았다. 뮤지컬 대상 시상식 행사를 주최한 ‘스포츠조선’이 이 무대영상 제작을 한 업체에 외주를 주었고, 그 업체에서 포털(구글)사이트 검색을 통해 <한겨레> ‘사진클리닉’에 실린 이미지를 불법으로 다운로드받아 제작한 것이었다.

방송을 송출한 KBS는 행사를 주최한 스포츠조선쪽에, 스포츠조선은 영상을 제작한 외주영상업체에 사진저작권확인의 책임을 떠넘겼다. 그렇지만 구글에서 해당 사진을 검색한 결과 <한겨레> 사이트가 원출처였다는 것이 명백히 나타났다. 구글의 저작권 표기도 ‘모호’했다. “저작권이 있을 수 있습니다.”(구글) 사진의 원출처인 한겨레 사이트엔 사진 저작권이 독자에게 있다는 조항이 명백히 제시되어 있다.

“소송하면 승소하지만, 배(배상액)보다 배꼽(수임료)이 더 커”

사진가 김철회씨가 대한민국축제박람회로부터 사진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2006 대한민국 축제박람회 팜플릿’ 사진과 김철회씨가 직접 찍은 유등사진. 김철회씨 제공.
사진가 김철회씨가 대한민국축제박람회로부터 사진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2006 대한민국 축제박람회 팜플릿’ 사진과 김철회씨가 직접 찍은 유등사진. 김철회씨 제공.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사진이 이처럼 무단 도용되는 사례가 많은 이유는 뭘까. 일단 저작물 출처가 명시되지 않은 사진이 많고, 인터넷 자료에 대한 저작권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판결에서도 확인된다. 재판의 판결에서도 목숨이나 재산상의 큰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해, 판사들은 아마추어작가의 사진 한 장당 15만~20만원에다 위자료 100만원 정도를 얹어주는 경우가 많다.

법률사이트 스스로닷컴(www.susulaw.com)을 운영하는 한문철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진 관련 소송이 10여건에 불과하고, 사진 한 장의 가격을 책정하는 기준 등에 대한 판례가 거의 없다”며 “사진 한장당 많이 받아야 60만~70만원에 더해 100만원 정도의 위로금을 합의금으로 받을 수 있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소송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최소 300만원 이상이 들어가고, 소송기간이 길기 때문에 경제사정이 여의치 못한 사진가들은 정작 ‘민형사 소송’까지 진행하는 일이 쉽지 않다.

김철회씨처럼 사진도용 피해를 입어도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드문 이유다. 김철회씨는 “어떤 사람은 ‘인터넷에 불펌 표시도 안해놓았는데 사용하면 어떠냐’라고도 한다”며 “불펌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진 도용’을 허락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소송하면, 나중에 손해배상을 받긴 하지만 받는 돈이 변호사 비용보다 적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며 “우리나라에서는 판사들도 목숨이나 재산상 큰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해 배상금액도 적게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처럼 ‘징벌적 배상’의 개념을 도입해 사진 무단 도용시 수백만~수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해준다면, 향후 무단도용 사례가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도용’당했을 경우, “꼭 소송해야 하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법적 대응과 별도로 저작권 침해 관련 조정받을 수 있어

민·형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내 저작권위원회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사진가 김아무개씨의 경우 음반용 가수 사진을 280만원에 찍기로 했으나 제작자로부터 애초 약속한 돈을 받지 못했다. 김씨는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를 통해 3만원도 들이지 않고 100만원에 합의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는 저작권 분쟁만이 아니라, 저작권 등록, 저작권위탁관리업차의 수수료율과 금액에 관한 사항과 저작물 이용의 법정허락시 지급해야 하는 보상금의 기준 등을 정한다.

저작권에 관한 분쟁은 주로 민사상의 분쟁이지만, 다른 민사소송과 비교해 금액이 적은 경우가 많고, 일반법원을 통하여 소송을 제기해 최종 판정을 받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든다. 반면, 저작권위원회는 시간과 비용의 부담 없이 조정을 통해 양 당사자간 원만한 해결을 볼 수 있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저작권위원회 이호흥 위원은 “저작권은 개인의 인격권이자 재산권으로 무단으로 신문이나 홈페이지 등에 게재됐다면, 분명한 저작권 침해로 침해물 폐기 및 손해배상 청구를 하거나, 형사로 갈 경우 고소를 해야 한다”며 “인터넷에 불펌이나 스크랩 금지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도용을 허락한 것은 아니다. 저작권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김철회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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