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의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31일, 국가정보원과 함께 3대 권력기관으로 꼽히는 검찰과 국세청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 청장 소환조사 결과에 따라 두 기관 중 한 곳은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현직 국세청장 소환이라는 칼을 빼든 부산지검은 상당한 심적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검찰은 “참고인처럼 왔다 갔다 하진 않을 것이고, 긴급체포 가능성도 있다”며 전 청장을 조사한 뒤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은 지금까지 전 청장에게 6천만원을 상납했다는 정상곤(53·구속)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빙자료 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하지만 검찰이 진술 외에 움직일 수 없는 물적 증거를 확보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세청 직원들은 겉으로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속으로는 초조한 모습이었다. 전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국세청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성실하게 검찰의 수사를 받겠다.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 청장은 이날 저녁 부산으로 내려가 하룻밤을 보낸 뒤 1일 오전 부산지검으로 출두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장급 직원은 “조사를 통해 전 청장이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설사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에서 기각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만약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전 청장의 구속이 결정된다면 전 청장의 사퇴는 불가피하다. 국세청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국세청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은 현직 국세청장을 뚜렷한 물증도 없이 소환 조사했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선희 기자, 부산/신동명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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