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국세청에서 24일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려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전군표 국세청장이 ‘뇌물수수설’에 휘말리면서 국세청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현직 청장 수뢰설에 침통
전군표 국세청장이 ‘뇌물수수설’에 휘말리면서 국세청은 충격에 빠져 있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서는 현직 국세청장의 검찰 소환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마저 있기 때문이다.
전 청장은 24일 오전 평소처럼 9시께 정시 출근해 업무를 봤다. 비서실 관계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보고를 받는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전날도 오전 청사를 나선 뒤 종적을 감춘 것으로 일부 언론에서 보도했으나, 오후에 다시 청사로 돌아와 저녁에 퇴근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까지 전 청장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출근도 정문에 대기하고 있는 기자들을 피해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집무실로 올라갔고, 점심 식사도 구내식당에서 배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언론의 거듭되는 요청에 퇴근을 하면서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 청장은 “일부러 피한 것은 아니다”며 “검찰 수사 중인데 자꾸 말이 말을 낳기 때문에 그랬다”고 말했다. 또 “금품상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다시 한번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짧게 입장을 밝힌 전 청장은 관용차를 타고 청사를 떠났다.
국세청 직원들은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가슴을 졸이고 있다. 한 과장급 직원은 “정상곤씨의 진술 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지 않느냐”며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전 청장이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다. 연일 언론에 ‘뇌물수수설’이 보도되면서 국세청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나중에 전 청장의 결백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이미 조직의 수장으로서의 권위를 되찾기 어렵게 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국세청 조직의 생리상 전직 국장이 현직 청장에게 ‘상납’을 했다고 진술한 점만으로도 이미 치명타를 입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오후 국세청 1층 로비에 ‘활빈단’ 소속이라고 밝힌 시민 3명이 찾아와 “전군표는 뇌물수수 사실을 시인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고함을 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전날 저녁에도 전 청장을 취재하려고 대기하고 있던 사진기자들과 국세청 경비직원들 사이에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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