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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공기관 국외출장 절반 ‘관광성 외유’

등록 2007-09-18 21:32

국제회의 끝났는데 출국…특정휴가 처리 연차보상금도
감사원 “30곳 작년 500억 들여 1만 8천여명 외국여행”
#1. 한국전력공사의 ㄱ과장은 지난해 12월24일부터 9일 동안 국제회의에 참석한다며 스위스·벨기에를 방문했다. 하지만 이 회의는 출장 전인 12월7일에 이미 끝난 상태였고, ㄱ과장은 이 사실을 알고도 출장을 가 관광을 했다.

#2. 경기도와 산하 시·군 직원 53명은 지난해 8월28일부터 10일 동안 세 조로 나눠 프랑스·그리스·터키에 있는 시청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사전에 시청을 방문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는데도 계획대로 출장 승인을 받아 관광을 하다 돌아왔다.

#3. 금융감독원 직원 107명은 지난해 국외 자료수집과 단기연수 명분으로 외국여행을 다녀오면서 66명(62%)이 출장 일정보다 적게는 1일에서 많게는 12일까지 일찍 출국하거나 늦게 귀국했다. 그 기간은 대부분 간병이나 부모 생신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특정 휴가’로 처리했다. 연차 보상금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선진국 제도 조사, 해외자료 수집, 해외 국가기관 시찰, 선진 경영기법 연수’와 같은 명목으로 가는 공무원 외국 출장의 상당수가 사실상 관광성 외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8일 지난해 국외여비 예산 규모가 큰 30개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무 국외여행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지난 5월 공공기관 감사들의 ‘이과수 폭포’ 관광을 계기로 감사에 들어갔다”며 “외유성 해외 출장이 관행화되어 있지만 항공권, 면담 사진 등 기본적인 검증자료 제출 의무도 없을 만큼 검증 시스템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감사 결과를 보면, 기획예산처 등 30개 기관에서 지난해에만 모두 501억원을 들여 1만8795명이 외국여행을 다녀왔다. 이 가운데 시찰·연수·자료수집 등 ‘견문확대 차원’ 출장 인원이 9648명으로 51%를 차지했다. 이들의 여행 기간은 평균 8일인데 견줘 공식 일정은 12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유충흔 감사원 전략감사본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사찰·연수·자료수집 유형의 공무 국외여행을 실시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처럼 업무가 특정되지 않은 국외여행이 많아 관광성 외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외출장을 유관기관 등에 대한 접대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산하기관, 이해관계 업체에 경비를 전가시키는 사례도 적발됐다. 가스안전공사 ㄴ실장은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연구용역 업체에 모두 2600만원의 여행 경비를 부담시켜 유럽과 캐나다에 관광성 외유를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또 일부 공공기관이 여행 경비를 지나치게 많이 책정해 호화 출장을 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과 증권예탁결제원은 국가기관의 경우 장관만 이용할 수 있는 1등석 항공권 좌석을 이사 이상의 임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여비를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외출장에 대한 내·외부 통제를 강화하고, ‘공무 국외여행 관리모델’을 만들어 관련 법규에 반영하도록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오는 11월께 최종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과거 관행적 수준은 문책하지 않되 법령위반, 허위보고, 편법 회계처리 등 행정질서 문란 행위에 대해서는 문책과 경비 회수가 이뤄지도록 각 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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