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사진이 사건 이해에 중요한 단서”?
언론단체·학계 “언론전체 불신 받을라” 우려
언론단체·학계 “언론전체 불신 받을라” 우려
신정아씨 알몸사진 보도와 관련하여 정치권까지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정작 〈문화일보〉는 반성 없이 14일치에 사건의 본질이라고 판단했다는 뜻을 밝혀 비판여론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문화일보는 14일치 ‘신정아 사진 본보 보도 논란’이라는 3면 기사에서 “사진의 존재사실을 보도한 것은 이 사진이야말로 신씨로 인해 최근 두 달여 계속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 이해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화일보는 이어 “신씨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했으나 독자들의 신씨 사건 본질 이해를 돕는다는 ‘알권리’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언론단체와 학계는 문화일보의 반성 없는 태도 때문에 언론 전체가 불신받게 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은 “그것을 알권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반이성적이다. 결국 언론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사안이 되었다. 언론이라는 공적인 기구로서 사회적 책임 추궁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도 “신정아 사건의 실마리를 풀 결정적 증거도 아닌데 사진을 게재하면서 ‘성 로비 물증’이라고 주장하는 것부터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창룡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문화일보가 해야 할 것은 해명성 견해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공식 사과와 내부자 징계”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문화일보의 이번 사건은 우발적인 게 아니다. 성을 상품화하는 마케팅 전략을 우선적으로 펼치면서 공공성이나 공익성 차원에서 소비자들을 생각하지 않은 결과”라고 밝혔다.
문화일보의 선정적 보도가 바뀐 언론환경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다. 남재일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문화일보의 알몸사진이 튀어나오는 것은 회사 안 상업적 경영전략이다. 선정적으로 접근하면서 뉴스 감각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미 누리꾼이나 독자는 바보가 아니라서 보고 욕한다”며 “한때 미국에서 황색 저널리즘이 상업적으로 먹힌 측면이 있으나 지금은 이런 것이 신문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서 말했다. 바깥세상에서 바라보는 기대치와 언론의 전략에 커다란 괴리가 있는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단순한 사과만이 아니라 법적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김서중 민언련 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는 “언론이 지켜야 할 품격을 떨어뜨리고 도를 넘은 사고”라며 “음란물 논란이 계속되었던 ‘강안남자’ 건도 있고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강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신문법 21조 2항에 음란한 내용의 정기간행물 등을 발행하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현저하게 침해한 때 ‘6월 이하의 발행정지’나 ‘정기간행물 등의 등록취소 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법적 책임을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은 문화일보 보도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자체판단해, 13일 오후 6시부터 문화일보판 신씨 사진 게시중단 조처를 취했다.
한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김종원 사무국장은 “문화일보 사진 게재와 관련해 윤리강령 저촉 항목을 심의해 곧 신문윤리위원회 차원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