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산병원 300명 불합격 통보
“다른 곳 면접 포기했는데” 분통…병원 “약속사실 없다”
“다른 곳 면접 포기했는데” 분통…병원 “약속사실 없다”
4년제 간호학과 4학년인 ㅁ아무개씨는 서울아산병원 인턴십 간호사 과정을 마치면 정식 간호사로 채용된다는 지도교수와 병원 쪽 얘기를 듣고 지난 3월 인턴십 간호사 모집 원서를 냈다. 4월20일 합격통보를 받은 뒤 7월30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인턴십을 마친 그는 채용 통보만 기다리고 있었다. “의료사고, 지각이나 결석을 하지 않으면 99.9% 합격시킬 예정이니까 다른 병원에 지원하지 말라”는 병원 인사과 담당자의 전화까지 받았다. 하지만 8월31일 아산병원으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ㅇ아무개씨도 같은 날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ㅇ씨는 4일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간호사 채용 1차 서류전형에 합격했지만, 교수로부터 ‘인턴십을 마치면 채용되는 게 아산병원의 관례이니 서울대병원 등은 포기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듣고 이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아산병원이 내년 6월 600병상 규모의 신관 개관에 맞춰 예년의 세 배 수준인 1천명의 인턴십 간호사를 선발해 300명 가량을 탈락시켰다. 이 병원은 지난해까지 인턴십 지원자 가운데 서류전형으로 60%를 선발한 뒤 투약사고, 결석과 지각 등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대부분을 정식 간호사로 임용해 왔다.
이런 관행과 병원 쪽 관계자들의 말 등에 따라 임용될 것을 기대했던 이들은 이후 취업의 길까지 막혔다. 이들이 불합격 통보를 받기 전 이미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경희대병원, 아주대병원 등 전국 3차 종합병원의 간호사 채용이 대부분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지난 3일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간호사 관련 사이트인 ‘너스케이프넷’(www.nurscape.net) 등에는 이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다음 카페 ‘아산병원 인턴십 사기’(cafe.daum.net/amcsaki)에는 4일 현재 1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네이버의 ‘파란노을’은 “인턴십 하면 투약 실수 같은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합격시켜 준다는 인사 관리자의 말을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산병원 홍보팀 강석규 차장은 “인턴십 간호사 모집 요강, 인사과 등에서 정식 채용을 약속하지 않았지만, 문의하는 학생들에게 인사과에서 적극적으로 채용 여부를 말해줬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까지 인턴십에 합격하면 하자가 없는 한 대부분 채용했던 관례가 있었는데, 내부적으로 채용 방식이 바뀌면서 혼란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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