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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천공항 두 표정] 박수와 환호-싸늘한 시선 엇갈려

등록 2007-09-02 20:53

2일 아침 7시께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문이 열리고 잇따라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속에 유경식(55)씨 등 피랍자 19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헝크러진 머리와 길어진 수염을 한 그들에게선 51일 전, 공항을 나설 때 찍었던 사진에서 보였던 환한 미소를 찾을 수 없었다.

유씨가 대표로 준비해온 성명을 읽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내내 고개를 떨구었다. 유씨가 탈레반에 살해된 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에 대해 애도를 나타내는 대목에서 목이 메는지 띄엄띄엄 말을 이어가자, 일부 여성들은 눈물을 닦아내며 흐느끼기도 했다.

입국장에는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성경 구절이 적힌 푯말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피랍자들이 입국장에 들어서는 순간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내면서 “형제·자매들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 고개숙이지 말라”고 외치기도 했다.

반면, 한 남성이 이들을 향해 계란을 투척하려다 경찰의 제지로 실패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 시민은 “무사히 돌아온 건 다행이지만 고생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유씨 등 19명은 지난달 31일 아프간 카불을 출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1일 오후 4시50분께 고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들이 호텔을 나설 때 아랍에미리트 주재 적신월사 여직원들이 다가와 여성 피랍자들에게 꽃을 주며 “고국으로 편안하게 돌아가길 바란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식당에서 된장찌개와 불고기, 설렁탕 등으로 식사를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19명은 외교부 직원 4명 등과 함께 비행기 2층의 ‘프레스티지클래스’에 탔고, 1층 취재진의 접근은 봉쇄됐다. 항공기 안에서 박인국 외교부 다자외교실장이 기자들과 20분 동안 간담회를 연 뒤 석방된 이들과 취재진과 만날 기회가 주어졌지만, 19명 대부분은 담요를 뒤집어 쓰거나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 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또 가족이라고 밝힌 한 사람은 “누가 사진을 찍으라고 했느냐”며 취재진에게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정애 하어영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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