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통폐합 논란 관련…결의안 제출 결정
한나라당은 기자실 통폐합 문제로 정부와 언론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것과 관련해, 통폐합을 주도하고 있는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파면요구 결의안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김충환 원내공보부대표는 23일 브리핑을 통해 “당 차원에서 대책회의를 한 결과, 김 처장이 국회의 계속적인 건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언론자유 탄압에 앞장섰고, 임기 말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책임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파면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또 국정홍보처가 기자실을 대체하는 브리핑룸 신설을 위해 예비비 55억원을 지출한 것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 김 부대표는 “자연재해·국가안보상의 문제 등 예측하지 못한 예산 외 지출에 쓰도록 돼 있는 예비비를 브리핑룸 공사에 쓴 것은 예산회계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이주영 정책위의장, 이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의원 8명이 참여한 가운데 기자실 통폐합 논란이 일고 있는 금융감독원과 서울지방경찰청, 식품의약품안전청, 과천 정부종합청사 등을 찾아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전날에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와 외교통상부, 경찰청 기자실을 방문해 실태 조사를 벌였다.
한나라당이 정부의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 반대투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데엔, 이 문제가 이념과 상관없이 보수·진보 성향의 모든 언론·사회세력과 공감할 수 있는 이슈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동안 일부 거대 보수언론의 입맛만 맞춰왔다는 비난에서 벗어나, 모처럼 ‘야당’답게 싸워볼 만하다는 것이다.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정종복 의원실의 박광명 보좌관은 “한나라당이 기자실 통폐합 반대 운동에 나서면 일부 언론 편만 든다는 오해를 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기자실 통폐합 반대 투쟁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둘 경우, ‘반대만 하는 야당’에서 벗어나 국정 운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 힘을 가진 정당으로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언론자유 수호’란 강력한 명분을 내걸면 현 정부를 효과적으로 몰아세울 수 있을 뿐더러 여론 지지도 이끌어낼 수 있으리란 것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국정홍보처 ‘오만과 번복’, 정부 부처 더 갈팡질팡 엠바고 제재→취소…전자칩 추진→없던 일로…“기자 등록 안해도 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한 논란과 반발이 번지는 데엔 정부 쪽의 준비 부족과 경직된 대응방식이 한몫을 하고 있다. 국정홍보처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를 명분으로 기자실 통폐합, 출입처 방문제한, 취재 응대방식 변경 등과 같은 급격한 취재환경 변화를 주도하고 있으면서도, 실제 운영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선 충분한 고려나 대책을 세우지 않고 서둘러 추진하다가 비판을 받고 취소하는 행태를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엠바고를 어긴 언론사를 제재하겠다는 내용을 총리 훈령에 넣었다가 삭제하기도 했고, 기자 출입증에 전자칩을 다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물러선 경우도 있다.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기자 등록 문제만 보더라도 ‘취재지원에 관한 기준(총리 훈령)’에는 사실상 의무사항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비판이 거세지자 안영배 국정홍보처 차장은 23일 “원하지 않으면 기자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합동브리핑센터는 절차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런 준비 부족은 정부내 혼선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이 자체적으로 취재지원 방안을 마련하면서 민원인들도 출입할 수 있는 형사계·교통계마저 기자 출입을 제한하려다 뒤늦게 물러선 경우가 대표적이다. 밀어붙이기식의 경직된 대응도 반발을 키웠다. 국정홍보처는 세종로 정부청사의 합동브리핑실 공사를 위해 외교통상부 기자단의 이전을 요구하면서, 제대로 된 사전설명도 없이 시한을 정해 밀어붙였다. 당시 외교부 기자들은 아프간 인질사태와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현안을 앞두고 있어 일정을 조정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홍보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보처는 26일까지 다시 시한을 정해 기자실을 이전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마땅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최근 일부 내용을 조정한 것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취지를 살리는 선에서 기자들의 의견을 듣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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