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에 포박당한 사회] ②또 하나의 마녀사냥
[학벌에 포박당한 사회] ②또 하나의 마녀사냥
인터넷 포털 인물정보 당사자 확인않고 게재
구체적 내용없이 ‘수상하다’…인신공격도 난무
진중권·타블로 피해…“위조 이유·방지책 고민을”
#1. “진중권도 학력 위조했다면서요?”
지난 9일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독어독문과)가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 나와 영화 <디 워>를 ‘애국 코드’라고 비판한 다음날부터 <디 워> 팬 카페를 중심으로 한 누리꾼들 사이에선 진씨의 중앙대 임용 과정과 학력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인물정보란에 기재된 진씨의 학력이 ‘베를린자유대 철학 박사’에서 ‘서울대 미학 석사’로 바뀐 것이 의혹의 발단이었다.
그러나 진씨는 지난 2002년 한 게시판 글을 통해 “가끔 인터뷰 기사 말미에 ‘수료’ 어쩌구 하는 말을 넣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모양인데, 그건 제 허락을 받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 집어넣은 것”이라고 해명했고, 이후에도 언론과 강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박사 학위가 없음을 밝힌 바 있다.
#2. 얼마 전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래퍼 타블로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이 ‘미국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대학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3년6개월 만에 마칠 수 있느냐’며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타블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다닌 대학이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의심하는 이들은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거짓 학력 파문이 꼬리를 물면서 이에 편승한 ‘~카더라’식의 의혹 제기와 인신 공격이 난무하는 반면, 학벌사회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성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옥랑(62) 단국대 교수와 이창하(51) 김천과학대 교수의 학력 위조 사건을 수사하면서 각계 인사의 가짜 학위 제보를 받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이명재 특수3부장은 “대부분의 제보가 ‘모함성’이라 특별히 수사를 할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또 한 방송사 기자는 “유명인사부터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심심찮게 제보가 들어오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학력 위조 내용을 밝히기보다는 ‘수상하다’는 정도가 다수”라고 말했다.
근거 없는 의혹은 인터넷 포털의 인물정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배우 이경영(47)씨는 데뷔 당시 인터뷰에서 꿈이 의사였다고 말한 것이 와전돼 의대를 중퇴한 것으로 포털 인물정보에 기재되면서 오해를 받았고, 영화배우 전도연(34)씨와 가수 김현정(29)씨는 고려대 최고위 과정을 거쳤으나 대학원 출신으로 인물정보에 기재된 탓에 도마에 올랐다. 경희사이버대 민경배 교수(엔지오학과)는 “인터넷 포털의 인물정보는 당사자의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사실처럼 전달되는 경우가 많고 당사자들 역시 굳이 고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계속 유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서중 공동대표는 “학력 위조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와 방지책에 대한 근본적 고민 없이 ‘또 누가 문제’라는 식의 인물 중심 검증은 자칫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의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악의적으로 학력을 위조한 사람도 있겠지만, 오해가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면밀한 분석 없는 검증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애 최원형 노현웅 기자 hongbyul@hani.co.kr
구체적 내용없이 ‘수상하다’…인신공격도 난무
진중권·타블로 피해…“위조 이유·방지책 고민을”
학벌에 포박당한 사회
근거 없는 의혹은 인터넷 포털의 인물정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배우 이경영(47)씨는 데뷔 당시 인터뷰에서 꿈이 의사였다고 말한 것이 와전돼 의대를 중퇴한 것으로 포털 인물정보에 기재되면서 오해를 받았고, 영화배우 전도연(34)씨와 가수 김현정(29)씨는 고려대 최고위 과정을 거쳤으나 대학원 출신으로 인물정보에 기재된 탓에 도마에 올랐다. 경희사이버대 민경배 교수(엔지오학과)는 “인터넷 포털의 인물정보는 당사자의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사실처럼 전달되는 경우가 많고 당사자들 역시 굳이 고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계속 유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서중 공동대표는 “학력 위조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와 방지책에 대한 근본적 고민 없이 ‘또 누가 문제’라는 식의 인물 중심 검증은 자칫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의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악의적으로 학력을 위조한 사람도 있겠지만, 오해가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면밀한 분석 없는 검증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애 최원형 노현웅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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