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업회 “학부모 뜻 존중”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는 3일 서울 중구 덕수초등학교 운동장 터에 ‘한국민주주의 전당’(민주전당)을 건립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기념사업회 김종철 홍보팀장은 이날 “어린이들의 미래를 위해 민주·평화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민주전당을 건립하는 기본 취지인 만큼 학생과 학부모의 뜻을 존중하기 위해 계획을 취소하게 됐다”며 “다음주 회의를 열고 다른 후보지를 결정하는 등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이날 덕수초교 학교운영위원장 등 학부모 대표 네 명과 만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기념사업회는 애초 덕수초교가 운동장으로 무상 이용하고 있던 행정자치부 소유의 땅을 제공받아 민주전당을 건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덕수초교 학부모회와 학생들이 지난달 30일부터 반대 시위를 펼치고 ‘운동장 지키기’에 나서면서 “민주화운동 기념의 본뜻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학부모들은 “민주전당 안에 실내 체육시설을 제공하겠다는 제안도 받았으나, 아이들이 흙을 밟고 뛰어놀 기회를 영영 잃어버리게 할 수는 없다”고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또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도 반대 성명을 내고 민주전당 건립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덕수초교 운동장(4835㎡) 터는 애초 서울시교육청 소유였으나 학생 수가 급격히 줄자, 1995년 교육청이 동대문 휘경공고가 자리잡은 행자부 소유 땅 1만6천㎡와 맞교환하면서 행자부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행자부는 이곳에 공무원 시험 응시원서 접수장을 설치해 2003년까지 사용하다가 원서 접수가 인터넷 방식으로 바뀌자, 덕수초교가 운동장으로 사용하도록 빌려줬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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