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 1구 빼곤 기내에…폭발흔적은 없어
한국의료팀 “길 안좋아 수습 시간 걸릴 듯”
한국의료팀 “길 안좋아 수습 시간 걸릴 듯”
45시간만에 추락현장 발견
탑승객 전원 사망이라는 비극을 남긴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 현장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26일 전했다.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을 베어내고 다가간 수색팀 눈앞에, 사고가 난 지 45시간 만에 옅은 파란색 비행기의 윤곽이 드러났다. 머리부터 쑤셔박혀 찌그러진 채, 비행기의 앞부분은 형체도 없었고 양쪽 날개는 모두 부러져 있었다.
탑승객들의 주검은 기체 앞쪽으로 몰려 있었으며, 사고기 잔해와 뒤엉켜 처참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안전띠를 하고 있어 기내에 있었지만, 기체 밖에서 발견된 주검 한 구는 지면에 닿을 때 충격으로 기체 밖으로 튕겨나간 것으로 보였다.
넓지 않은 소형 비행기 내부는 외부 충격으로 더욱 좁아져 있었다. 바닥에서 튀어나온 좌석이 천장과 맞닿아 있고, 가운데 복도는 사방에서 밀려든 기체가 메웠다. 비행기 밖으로는 베어낸 나뭇가지 사이로 신발, 안경, 지갑 등 주인 잃은 소지품들이 뒹굴고 있었다. 구조대원이 기내에서 발견한 초록색 한국 여권 몇 개를 들어 보이자, 현장 곳곳에서는 안타까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발견에서 수습까지=아침 6시(현지시각)부터 수색작업에 나선 캄보디아 군경은 1시간여 만인 7시15분께 기체를 발견했다. 헬리콥터로 사고 현장 상공에 도착해 줄을 타고 내려간 국제지뢰제거기구 의료진의 테스 보른은 “주검은 한 구를 빼고는 모두 비행기 안에 있었다”고 말했다. 코이 쿤 후오르 캄포트주 부지사는 “기체에 불이 붙었던 것 같지는 않다”며 “사고 비행기가 여러 조각으로 흩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행기 동체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유지돼 있던 점으로 미뤄 폭발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주검을 모두 수습하기 위해선 “동체를 잘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내에서 발견된 피해자 주검 가운데 일부는 주검끼리 포개진 채 발견됐다. 현지에 파견된 의료팀의 김우정씨는 “포개진 주검을 기체에서 빼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며, 일부 주검들은 “육안으로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철씨는 “주검 한 구는 밖으로 나와 있었는데, 얼굴이 땅에 처박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고 밝혔다. 주검들이 거의 모두 비행기 안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아, 탑승객들은 전혀 손을 쓰지 못한 채 참변을 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접근 어려운 밀림 한복판=사고 비행기가 발견된 곳은 캄포트주 보코르산 정상 부근 북동쪽 사면이다. 현장지휘본부에서 헬리콥터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밀림이 뒤덮여 있어 헬리콥터가 착륙할 수는 없다. 그 대신 현장에서 100m, 300m 떨어진 곳에 헬리콥터가 착륙할 수 있는 지점이 2곳 있어, 수색대는 이곳을 통해 지상에 내린 뒤 걸어서 현장까지 이동했다. 한국 교민 의사 6명을 포함한 의료팀도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폭발이 없었다는 소식에 생존자를 위한 의료장비를 챙겨 갔지만 소용없었다. 의료팀의 김우정씨는 “현장에 이르는 산길이 험해 주검 수습에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의료팀과 수색대는 기체를 해체하면서 꾸겨진 비행기 안의 주검들을 수습했다. 전기톱으로 밀림 사이로 길을 내며 한 구씩 헬리콥터까지 힘겹게 옮겼다.
26일 수색작업에서 캄보디아 수색팀은 대형 헬리콥터 4대와 소형 헬리콥터 2대를 투입하고, 총리·경찰청장 소속 헬리콥터 3대도 동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색작업에 나선 군경 요원은 모두 2천여명에 이르렀으며, 타이의 미군 역시 대잠수함 초계기로 수색작업을 지원했다. 수색을 진두지휘한 훈 센 총리는 “대규모 작업이었다.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우리 군인들은 사고 여객기를 찾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김외현 기자, 외신종합 oscar@hani.co.kr
26일 수색작업에서 캄보디아 수색팀은 대형 헬리콥터 4대와 소형 헬리콥터 2대를 투입하고, 총리·경찰청장 소속 헬리콥터 3대도 동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색작업에 나선 군경 요원은 모두 2천여명에 이르렀으며, 타이의 미군 역시 대잠수함 초계기로 수색작업을 지원했다. 수색을 진두지휘한 훈 센 총리는 “대규모 작업이었다.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우리 군인들은 사고 여객기를 찾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김외현 기자, 외신종합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