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소송’을 낸 로이 피어슨 판사가 지난 13일 심리 뒤 법원을 빠져나오는 모습. 워싱턴/AP 연합
‘바지 판사’를 위한 변명
지난 2002년 7월 ㅍ씨는 동네 ㅋ세탁소에 옷을 한벌 맡겼다. 세탁소는 1주일이 지나 ‘분실’을 통보해 왔고 ㅍ씨는 옷을 잃어버린 데 대해 분노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 세탁소쪽은 바지값으로 15만원 정도를 배상했다. ‘더이상 오지 말아달라’는 정중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요청도 있었다. 자동차가 없는 ㅍ씨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 주인의 요청을 대강 무시하고, 유일하게 걸어서 갈 수 있는 ㅋ세탁소를 그냥 계속 이용하기로 했다.
당시 ㅍ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는 상태였다. 실직 상태가 계속되자,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다. ㅍ씨는 1년반이나 걸린 이혼소송으로 많은 재판 비용을 썼다. 법원은 불필요한 소송으로 재판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졌다고 지적했다. ㅍ씨는 재판비용 외에 아내의 변호사 비용 약 1천만원까지 부담해야 했다.
3년 뒤 2005년 4월 ㅍ씨는 새로운 직장을 갖게 됐다. 정장을 입어야 하는 곳이었다. 오랜만에 자신이 아끼는 히키프리먼 정장을 입으려고 꺼내보니 바지가 2~3인치 정도 작았다. 세탁소에서 수선하기로 했다. 5월2일 첫 출근을 앞두고, 그는 4월 중순부터 바지 수선을 ㅋ세탁소에 맡겼다. 정장바지가 모두 5벌이었던 그는 한 벌씩 수선을 맡기며, 5월3일에도 회색 바지 한 벌을 갖다줬다. 5일까지 이 옷을 수선해 6일에 입을 예정이었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세탁소 여주인은 5일까지 해주겠다고 세탁표를 적어줬다.
5일 세탁소를 갔더니 세탁소 여주인이 다음날 아침까지 준비해주겠다고 했다. ㅍ씨는 하루를 더 기다렸다. 6일 아침 직접 세탁소를 찾았으나, 세탁소쪽은 또 그 다음날 오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바지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악몽같은 3년 전의 기억과 함께 ㅍ씨는 분기탱천했다.
손해배상을 두고 실랑이가 붙었던 손님 ㅍ씨는 급기야 가게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로 한다. 바로 전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됐던 워싱턴 D.C의 한인 세탁소 관련 소송이다. 흑인이면서 워싱턴 D.C의 행정판사인 ‘손님 ㅍ씨’, 로이 피어슨 판사는 ㅋ세탁소 커스텀클리너스의 정진남씨 부부가 세탁소 내 붙여놓은 ‘고객만족 보장’을 지키지 않아 소비자를 기만하는 등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다며 5400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진행된 이 소송은 결국 정씨 부부의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됐다. 25일 워싱턴 D.C 상급법원은 피어슨 판사가 제기한 ‘손해’의 내용이 근거없다며, 그가 피고 정씨 부부로부터 아무 보상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정씨쪽 소송비용까지 부담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씨 부부는 판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피어슨 판사를 이제 용서한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거액의 바지소송에 휘말린 재미동포 세탁업자 정진남(맨 왼쪽)씨가 1심 판결이 끝난 뒤 자신의 세탁소 앞에서 문제의 바지를 들고 부인, 변호사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손해배상을 두고 실랑이가 붙었던 손님 ㅍ씨는 급기야 가게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로 한다. 바로 전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됐던 워싱턴 D.C의 한인 세탁소 관련 소송이다. 흑인이면서 워싱턴 D.C의 행정판사인 ‘손님 ㅍ씨’, 로이 피어슨 판사는 ㅋ세탁소 커스텀클리너스의 정진남씨 부부가 세탁소 내 붙여놓은 ‘고객만족 보장’을 지키지 않아 소비자를 기만하는 등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다며 5400만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진행된 이 소송은 결국 정씨 부부의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됐다. 25일 워싱턴 D.C 상급법원은 피어슨 판사가 제기한 ‘손해’의 내용이 근거없다며, 그가 피고 정씨 부부로부터 아무 보상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정씨쪽 소송비용까지 부담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씨 부부는 판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피어슨 판사를 이제 용서한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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