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계좌 압수수색 나서
유명 외국계 주류업체의 한국 법인들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검찰에 포착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부장 곽규홍)는 25일 외국 주류업체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 한국 법인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 추적에 나섰다고 밝혔다. 구본민 차장검사는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판촉물 제작업체인 ㅌ사가 납품 단가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50여억원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수수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하던 중 계좌추적을 통해 두 주류업체가 ㅌ사에 지급한 돈의 일부를 되돌려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ㅌ사는 이들 주류업체의 주문을 받아 전국의 주류 도매상과 룸살롱 등에 돌릴 지갑, 골프공 등 판촉물을 만들어 왔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불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와 정확한 규모 등을 파악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등 막대한 세금 포탈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구 차장검사는 “현재 계좌추적을 계속하고 있어 비자금 액수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빼돌린 돈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영국계 다국적기업 디아지오는 윈저, 조니워커 등 위스키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주류회사로,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4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위스키 시장 점유율 34.6%를 기록했다. 프랑스계 다국적 기업인 페르노리카는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로열 살루트 등 위스키를 생산하는 업체다. 한국 법인은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점유율 35.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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