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KT) 대구 동촌지점장이었던 여상근씨는 2005년 8월 자신의 직장인 케이티의 대규모 예산 낭비 사실을 국가청렴위원회에 신고했다. ‘서울-대구 고속철도 주변 통신회선 전력유도대책사업’을 추진하면서 600억원의 예산을 헛되이 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청렴위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감사원이 이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6월 여씨의 신고 내용은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여씨는 감사원의 지적이 나온 엿새 뒤 회사로부터 파면 처분을 받았다. 거짓 사실을 유포해 회사·경영진의 명예와 공신력을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청렴위는 14일 “부패행위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케이티가 여씨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줬다”며 “지난 11일 케이티에 여씨의 파면 처분 취소를 권고했으며, 곧 과태료도 물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렴위가 부패행위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을 원상회복시키라고 민간 기업에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패방지법은 부패행위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신분상 불이익이나 근무조건상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어기면 원상회복 조처와 함께 최고 1천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케이티 같은 민간 기업이 청렴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아도 특별히 강제할 방법이 없다.
우경종 청렴위 보호보상단장은 “청렴위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케이티가 존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철기 케이티 홍보과장은 “청렴위가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런 권고를 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중앙노동위원회도 지난 7일 여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등 파면 조처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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