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한신대 교수(왼쪽 두번째)가 7일 서울 중구 대우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87체제의 민주주의적 성과와 과제’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6월항쟁20돌 끝나지 않은 6월 : 1부
1987, 그후 20년 ② 20년이 남긴 것
1987, 그후 20년 ② 20년이 남긴 것
‘시민사회운동의 진로’ 토론회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으로는 올해 대선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를 프로그램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상곤 한신대 교수는 7일 서울 남대문로 대우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6월항쟁의 현재적 의미와 시민사회운동의 진로모색’ 토론회에서 “87년 체제의 발전적 극복을 위해서는 이번 대선에서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보수적 민주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경제적 공공적 민생민주주의와 민주적 구조개혁을 총체적으로 이룰 수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프로그램화하고 전술을 공동으로 구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희망제작소가 주최하고 <한겨레>가 후원한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 교수는 구체적 강령으로 △대안적 세계화의 추구 △경제활동에 대한 사회적, 민주적 조절의 확보 △남북공존을 위한 헌법체계 추진 △토지, 부동산, 교육, 의료 등 생활에 필수적인 재화의 공공화 등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미 보수 일변도로 짜인 이번 대선에서 사회운동 세력이 판을 바꾸어내지 못할 때 사회의 수구적 보수화 경향을 더 굳히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수재화 공공화 통해 올해 대선에서 보수적 민주화 극복해야
양극화 해결하려면 경제민주화가 핵심적 과제 이어진 2세션에서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발제에 나서 현재 한국 경제가 맞닥뜨리고 있는 성장동력 상실과 양극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핵심적인 과제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경제 양극화는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내수 부진과 사회갈등 증폭 등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며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인적자원의 훼손과 인적자본 투자의 비효율성 등을 통해 미래의 성장 잠재력마저 약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지나친 비정규직의 양산과 저임금 노동체계가 숙련축적과 경력개발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을 뿐더러 기회불균등의 대물림과 고착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위해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의 규칙을 확립하는 한편 건강, 교육, 기본적인 생활 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 수준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특히 한-미 자유무역 협정을 경제 개혁의 좌절과 변질을 보여주는 가장 극명한 예로 들면서 “87년 민주화를 시작한 지 10년만에 외환위기를 맞고, 경제개혁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본격적인 신자유주의를 도입함으로써 민주주의에 다시 족쇄를 채우는 게 우리의 운명이냐”고 물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스스로 권력화한 언론…진정한 언론민주화 멀어”
‘언론의 역할’ 세미나 1987년 6월항쟁 이후 언론의 자율성은 크게 늘었지만, 언론 스스로 권력화하면서 진정한 언론민주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언론정보학회가 7일 서울 한국언론회관에서 연 ‘언론의 반성과 6·10 항쟁 계승을 위한 언론의 역할’ 세미나에서 김은규 성공회대 사회문화연구원 연구위원은 ‘87년 6월항쟁과 언론민주화, 그리고 20년’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이렇게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언론개혁을 힘있게 추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87년 민주항쟁의 결과로 언론기본법을 기초로 한 언론통제가 사라지고 언론자율화 조치가 마련되면서 한국 언론구조는 급속히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이런 언론민주화는 국가와의 대립을 통해 언론 스스로 얻어낸 것이 아니라, 외부적 상황에 따라 주어진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민주화 기여없이 과실 얻어
지금이라도 6월항쟁 부채 갚아야 그는 이어 “대안언론이 생겨나고 시민언론운동과 언론노동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 속에서도 언론을 지배하는 주요 세력이 국가에서 자본으로 이동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광고주의 영향력 증대 △자본의 언론사 소유 △언론기업의 자본 확대 등을 그 사례로 들었다. 자본의 영향력은 외환위기 이후 더욱 강해져 기자들 스스로 자본을 의식해 자기검열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 자본의 유입을 통해 몸집을 불린 언론사는 스스로 권력화해 ‘대통령 만들기’를 시도하고 새로운 권언유착 구조를 형성했다고 김 위원은 비판했다. 언론인의 활발한 정계 진출은 언론의 권력화를 더욱 가속화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위원은 “민주화 과정에 크게 기여한 게 없는 언론이 권력화할 정도로 많은 과실을 차지한 것은 역설적”이라며 “87년 체제의 민주화 세력과 시민사회가 언론민주화에서 언론개혁으로 의제를 전환한 것은 필연적”이라고 언론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도 ‘6·10 항쟁의 정신과 한국언론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한국 언론은 6월항쟁의 주체인 시민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6월항쟁의 정신을 계승해 부채를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언론이 신뢰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김 교수는 제안했다. 그는 “기자들 스스로도 45%나 ‘신뢰하는 언론사가 없다’고 답할 정도로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과거의 원죄를 씻기 위해서라도 더욱 정직하고 공정한 보도 가이드라인, 편집규약, 사내 공정보도위원회 등을 가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윤리·보도강령 강화와 철저한 준수 △인권수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보도 △공영방송의 상업주의 배격 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특히 “세월이 바뀌었지만 권력기관·출입처의 보도자료에만 충실하며 영웅 만들기와 홍보에 앞장서기 관행은 여전하다”며 “5공 시대 언론을 떠올리는 우상화·영웅화에 앞장서기보다는 진실 추구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20년만에 춤사위 다시 펴는 이애주 교수
“이번에는 산자와 죽은자 하나되는 상생평화의 춤을!”
20년만에 춤사위 다시 펴는 이애주 교수 80~90년대 민중의 희망과 한을 춤사위로 담아낸 춤꾼 이애주(60) 서울대 교수가 ‘6월 민주항쟁’ 20돌을 맞아 1987년 6월 당시 민주화 항쟁의 불꽃을 지폈던 ‘이애주의 시국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그는 9일 오후 5시30분부터 서울 남대문에서 시청 앞 광장으로 시민들과 함께 이동하면서 1시간 동안 ‘길놀이 춤’판을 벌인다. 또 시청 앞 광장에서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행사 국민대축제’에서 ‘상생평화 춤’을 춘다. “그 해(1987년) 1월에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죽었고, 주위의 선후배와 동지들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문을 당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춤꾼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의 참본성이란 어떤 것인가? 태어남과 죽음이란 무엇인가? 가혹하게 피해를 주는 자와 당하는 자는 무엇인가? 그 사이에 생명이란 무엇인가? 고민했어요. 생명의 일생을 춤으로 담아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이 교수는 7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시국춤’으로 불리는 ‘바람맞이 춤’에 대해 “살풀이와 승무의 기본 춤사위를 바탕으로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거듭남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일생을 씨춤과 물춤, 불춤, 꽃춤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씨앗이 땅에 태어나서 물과 불이 조화되어 잘 자라는데 그것이 정도를 넘치면 병들고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물과 불이 지나쳐 박종철이 물고문으로 죽었고, 민주인사들이 전기(불)고문을 당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지만 그 죽음이 거름이 되어 꽃으로 피어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진달래꽃을 한다발 들고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시국춤’으로 불렸던 자신의 춤을 “춤의 본성을 찾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춤의 본성은 무대 위의 춤이 아니라 살아숨쉬는 삶의 현장에서 움직였던 것인데, 모든 것이 서구가치관으로 문화가 정리되면서 무대 위의 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어디든지 삶의 현장에서 삶의 움직임,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는 9일에 준비하는 춤판은 “지나간 역사를 되살리고 새 역사를 맞이하는 ‘역사맞이 춤’이라고 할 수 있다”며 “바로 6월 민주항쟁의 역사와 역사 속의 죽음이 ‘상생평화 춤’의 정신으로 오늘날에 되살아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남대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걷기춤은 모두가 쉽게 참여하는 거리춤으로, 걸으면서 손뼉치기·수박치기·몸치기 등을 하면서 하나가 되는 역사의 대동맞이 걷기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시청 앞 광장에서 610명의 북패들과 함께 이한열, 박종철, 전태일 등 그동안 민주화를 열망하면서 산화해간 모든 열사들의 혼을 불러 경배 드린 뒤 산자와 죽은자가 하나 되는 ‘상생평화의 춤’판을 꾸민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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