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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국의 남자됐어요, 충성!” “내 아들, 여유있어 보이네”

등록 2007-06-01 18:25

일본 영주권자로 자원입대한 안유상 이병과 어머니인 재일동포 다큐멘터리 감독 하진선씨
일본 영주권자로 자원입대한 안유상 이병과 어머니인 재일동포 다큐멘터리 감독 하진선씨
일본 영주권자로 자원입대 안유상 이병 ‘첫 휴가’
군복 입은채 나리타공항 도착한 아들
‘안울겠다’던 홀어머니 하진선씨 눈물
‘아들의 뿌리찾기’로 다큐감독 데뷔도

“20대 때 아이 아빠하고 연애할 때처럼 아들을 기다리는데 가슴이 뛰네요.”

31일 오후 4시20분께 일본 지바현 나리타 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 일본 영주권자 신분으로 올 2월 자원 입대한 아들 안유상(20·오른쪽)씨의 첫 휴가를 기다리는 재일동포 다큐멘터리 감독 하진선(42·왼쪽)씨는 백일만에 처음보는 아들의 얼굴을 그리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5분 뒤 입국장에 나타난 대한민군 육군 복장의 안 이병은 어머니의 품에 안긴 뒤 군인답게 곧바로 거수경례를 올렸다. 어느새 늠름한 대한민국 청년으로 성장한 아들의 모습에 “절대 울지 않는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하씨의 눈가는 어느새 눈물로 가득했다.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첫 휴가 나온 군복의 아들과 엄마의 상봉 장면’에 지나가던 일본 사람들도 잠시 발길을 머추고 힐끔힐끔 쳐다보며 관심을 나타냈다.

안 이병은 “엄마한테 한국의 남자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일부러 군복을 입고 입국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하씨는 제복을 입고 구릿빛으로 그을린 윤 일병의 모습에 “어딘지 책임감 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입대하기 전에는 얼굴에 긴장감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여유가 있어진 것같다”고 대견스러워했다.

“외국생활을 하느라 많이 힘들었던 아들이 또다시 힘든 경험을 할 것을 걱정했어요. 군대를 보내는 게 옳은지 판단이 잘 안서 많이 울었어요.”

하씨는 8년전 초등학교 5학년때 자신을 따라 일본에 건너와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던 아들이 2005년 한국을 방문해 비무장지대를 견학하고 4박5일간 해병대캠프를 체험한 끝에 군에 입대하겠다고 했을 때 선뜻 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씨는 아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과 이를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을 ‘URINARA’(우리나라)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이 영화를 대학가와 구민회관 등에서 상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남편과 이혼한 뒤 자식 둘을 데리고 타국에서 갖은 고생을 하다 30대후반 늦은 나이에 영화학교에 들어가 영상작가의 세계에 뛰어든 하씨의 첫작품이다.

안 이병의 군대생활은 예상한 대로였을까? 안 이병은 “처음 입대했을 때 한국어를 제대로 못해 동료들과 의사소통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며 “그러나 동료들이 잘 챙겨줘 이제 말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저도 동료들에게 일본말을 가르쳐주는 등 군대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군에 들어온 것에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입대한 것을 후회하면 앞으로 생활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무엇을 배울까를 잘 생각해 생활하겠습니다.”일본 민영방송 등 한·일 취재진과의 인터뷰 내내 어머니와 아들은 마주잡은 손을 놓을줄을 몰랐다.

글·사진 나리타/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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