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기자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15일 이화여대 강연에서 보복폭행 사건으로 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건을 언급했다.
김 장관은 “아들이 눈이 찢어지고 온 것을 보니 흥분했고 혼자 힘으로 안 되니 힘센 사람을 데려가서 되갚은 사건인데, 사실 부정(父情)은 기특하다. 이것은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사건을 가만히 보면, (우리 사회가) 집단 왕따나 따돌림을 좋아하는 것이 있다”, “곧 검찰로 사건이 넘어오는데, 딱 법과 원칙대로 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심한 것 같기도 하다”는 말도 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거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는 사건임에도 구속될 정도로 법치주의가 잘 지켜지고 있음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치주의 수호’가 사명인 법무부 장관이 ‘법치’를 무시한 사적 보복행위를 ‘기특하다’고 말한 점은 충격적이다. 그의 발언은 자칫 ‘돈과 힘이 있으면 법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응징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을 안고 있다.
또 법무부의 해명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김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검찰에서 갖는 무게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도하고 한 발언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낳는다. 아직도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김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진리를 확인하고픈 사회의 관심을 ‘집단 따돌림’으로 매도한 것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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