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선택한 30대 중반 직장인 이미나씨
[19돌 창간특집] 신 소수자 열전 - ‘비혼’ 선택한 30대 중반 직장인 이미나씨
“허리둘레 준만큼 여유는 늘어요”
[19돌 창간특집] 신 소수자 열전 - ‘용인~분당’ 자전거 출퇴근 한달째 손상혁씨
‘용인~분당’ 자전거 출퇴근 한달째 손상혁씨
자발적 소수자들. 두 단어의 조합은 낯설다. 전통적으로 소수자라는 말은 다분히 정치성을 내포한 표현이었다. 자신의 존재나 신념, 취향 때문에 다수의 편견과 횡포에 짓눌렸던 이들은 언제부턴가 스스로를 소수자라고 불렀다. 또는, 다수에 의해 소수자라고 낙인찍히기도 했다. 의도했든 안했든, 이들은 주류와의 긴장 속에서 우리 사회 다양성의 지평을 넓히고 인간의 권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일깨웠다.
여기 소개하는 자발적 소수자는 전통적 소수자와는 다른 개념이다. 이들의 취향과 신념은 전통적인 소수자들보다 더 각론적이다. 그러니 전통적 소수자를 향했던 편견과 횡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수의 편에 섰을 때 얻는 편안함을 포기해야 하고, 생활의 불편이나 주위의 삐딱한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 소수자다. 스스로 그 길을 택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일구는, 용기 있는 이단아들이다. 경기 용인에 사는 손상혁(39)씨는 매일 아침 6시에 자전거와 함께 집을 나선다. 버스나 지하철의 유리창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는 아침 공기보다, 본인의 뺨으로 직접 느끼는 아침 공기의 맛은 훨씬 상쾌하다. 한달째다. 신나게 탄천 자전거도로를 달려 분당 서현역에 있는 직장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 출근 뒤 땀을 씻는 시간을 합쳐도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다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달 만에 몸무게가 2㎏ 빠지고, 허리도 2인치나 줄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덤이다. “사실 환경에 대한 생각은 있었지만 실천을 못했는데, 자전거를 타니 뿌듯하다”고 말한다. 최근 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은 늘어나는 추세다. 삼천리자전거의 김환욱 홍보팀장은 “산악용 자전거와 사이클의 중간 형태인 하이브리드 자전거 수요가 지난해부터 늘기 시작했다”며 “자전거를 출퇴근용으로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 등에는 10만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해 있다. 하지만 2005년 통계청 통계를 보면, 손씨처럼 자전거를 출퇴근이나 통학용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1.2%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소수다. 소수자의 길을 선택한 만큼 어려움이 적지 않다. 출퇴근 때 매끈한 사이클복 대신 평범한 양복을 입는 손씨는 바짓단을 양말에 넣고 자전거를 타려니 뒤통수가 따겁다.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더 빨리 달린다”는 게 손씨가 내놓은 해답이다. 여름에 흘릴 땀도 벌써부터 걱정이다. 직장엔 탈의실과 샤워시설이 부족하다. 자전거 도둑과의 전쟁도 늘 고민이다. “무조건 자전거도로를 만들기보다는, 일본처럼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하거나 자전거 주차장을 배려하는 데 지자체가 더 신경을 쓰면 좋겠어요.” 그의 자전거는 동네 자전거포에서 3만원을 주고 산 중고품이다. 흔히 자전거 타기를 비싼 자전거와 멋진 옷이 필요한 스포츠로 인식하지만, 기본적인 장비만 잘 활용해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게 손씨의 체험담이다. 현재 전국에 깔린 자전거도로는 9065㎞에 이른다. 손씨는 올 여름휴가 때 가족과 자전거로 제주도를 일주한 뒤 나아가 유럽의 발달된 자전거도로도 달려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느리게 지나가는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자전거는 그에게 ‘여유로운 삶’의 도구다. 글 이완 기자 wani@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한겨레 19돌 창간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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