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체제 돌입한 한화 김승연 회장의 구속으로 한화그룹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휴일인 13일 오후 임직원들이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승용차들이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주차장에 서 있다. 한화그룹은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어 김회장 구속 이후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연 회장의 구속 3일째이자 일요일인 13일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사옥은 겉으론 매우 한산한 모습이었다. 김 회장의 구속이 지난 주 금요일 밤 늦게 결정된데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대다수 직원들이 휴무여서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기획실의 홍보팀과 법무팀 소속 임직원들은 대부분 일요일임에도 회사에 나와 상황을 점검했다. 경찰 조사와 보석 여부 등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한화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비상경영체제가 가동되면서 최상순 부회장과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김 회장 구속 사태와 이에 따른 그룹 경영 문제와 관련해 회의를 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아직까지 별도의 대책기구를 운영하지는 않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책임경영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경영기획실이 그룹이 총괄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조율하고 필요할 경우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정도로도 경영 공백이 발생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 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이제는 언론이 김 회장 개인보다 기업경영의 정상화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한화가 최근 사운을 걸고 추진해온 ‘글로벌 경영’은 한동안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 관계자는 “그룹 총수가 현지에서 직접 챙기고 판단해야 할 인수·합병과 국외사업, 신규·대형 프로젝트 등은 당분간 유보되거나 진척이 늦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화는 그룹총수 구속 이후 첫 업무일인 14일 계열사 전체 임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맡은 일에 전념해 줄 것을 당부하는 사기 진작 차원의 메시지를 보낼 계획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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