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다친 한국인 유학생 박창민(27)씨의 아버지 박도경(61)씨와 어머니 서영애(57)씨가 17일 저녁 서울 명일동 자택에서 총격사건의 범인이 미국 영주권자 조승희씨임을 알리는 뉴스 속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총격 당한 유학생 부모 인터뷰
“아휴, 어쩌면 좋아요. 외국 애들이 그렇게 많이 죽었다는데 앞으로 우리 한국 애들한테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떻게 해요.”
미국 버지니아공과대학 총기난사 사건으로 다친 한국인 유학생 박창민(27)씨의 어머니 서영애(57)씨는 17일 새벽 6시부터 줄곧 텔레비전과 인터넷 앞에 앉아 있었다. 새벽 6시와 오후 4시께 두 차례 아들과 짧은 통화를 통해 “괜찮다”는 말을 듣고서야 “하늘이 도왔다”며 겨우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서씨의 가슴은 또 한 번 ‘철렁’ 내려 앉았다. 밤 10시께 인터넷에서 총격 사건의 용의자가 한국계라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서씨는 “미국에는 총 가진 사람도 많다는데,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었으니 한국 사람들에게 해코지나 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며 “마음 같아서는 아들더러 당장 들어오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씨는 이어 “숨진 애들이 너무 많아서 이런 학교에서 계속 공부하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씨는 “새벽 6시께 웬 사람이 전화를 걸어 아들을 바꿔주는데, 애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훌쩍거리며 ‘엄마, 나 많이 아파’라고만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 때만해도 서씨는 아들이 심한 몸살이라도 난 줄만 알았다. ‘평소에도 말수가 적은 아들이 얼마나 아프길래 저러나’라고 걱정만 하고 있는데, 아침 뉴스에서 총격사건 소식이 흘러나왔다. 다시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벨만 울릴 뿐이었다.
아버지 박도경(61)씨는 일 때문에 강원도에 내려가 있던 중에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차를 몰아 서울로 올라왔다. 박씨는 “돌아오니 주미 한국대사관 영사라는 분이 전화해 ‘병원에 다녀왔다’며 ‘팔과 손 등에 총알이 지나갔지만 수술이 무사히 끝난 상태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 한시름을 놓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 소재 ㅎ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 7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현재 버지니아공과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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