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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자길 버린 자식 감싼 ‘늙지않는 모정’

등록 2007-04-13 22:13

50대 아들·딸 서로 “82살 노모 네가 보라” 시장통 방치
경찰 존속유기 혐의 입건에“ 내가 늙은 게 죄” 선처 호소

지난 12일 저녁 서울 중부경찰서 산하 충무지구대에 인근 방산시장 경비원으로부터 “할머니가 시장통에 버려져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출동해보니, 올해 82살의 하아무개씨가 홀로 남겨져 있었다. 하씨는 “내가 길을 못 찾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자식들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통화가 안되자 난감해진 경찰은 하씨를 충무지구대 숙직실에서 하룻밤을 쉬게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튿날 연락을 받고 온 하씨의 아들 유아무개(53)씨와 딸(50)의 태도를 보고 혀를 찼다. 이들 남매는 서로 상대방에게 어머니를 모시라고 다투고 있었다.

경찰이 사정을 알아보니, 2남2녀를 둔 하씨는 23년 전 함께 살던 첫째아들을 여읜 뒤 자식들 집을 전전하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첫째딸 집에서 지내왔다. 그러던 중 딸 부부는 12일 오후 3시50분께 방산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오빠 가게에 하씨를 데려다놓았다. 이젠 오빠가 엄마를 보살피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오빠는 잠시 뒤 “네가 보라”며 다시 50여m 떨어진 여동생네 가게로 하씨를 데리고 갔다. 남매는 이런 식으로 서너차례 서로의 가게를 오가며 어머니를 떼밀었고, 이 와중에 버려진 하씨는 시장통 경비 사무실에 들어가 있었다. 남매는 오후 6시가 되자 각자 가게 문을 닫고 퇴근해버렸다.

경찰은 아들 부부와 딸 부부를 존속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하씨는 경찰에서 “내 배 아파 나은 자식들인데 … 내가 늙은 게 죄”라며 자식들에게 선처를 베풀 것을 호소했다. 남매도 “버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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