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시민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반대를 위한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농민·시민 등 도심 곳곳서
‘협정체결 반대’ 거센 시위
서울광장 다시 촛불 밝혀
‘협정체결 반대’ 거센 시위
서울광장 다시 촛불 밝혀
“지금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는 빈손으로 남은 농민이 가을 들판에 불을 지르는 ‘모불’ 시위다.” 28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의 촛불집회 현장에서 백기완(75)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노무현 정권이 농민과 노동자의 손에서 모든 걸 빼앗아가는 협정을 체결하려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저녁 7시께 1300여명이 일제히 촛불을 밝히면서 시작된 촛불집회에선 오종렬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표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 대표, 배우 문소리씨 등이 연단에 올라 문화·농업·산업 등 부문별로 자유무역협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28일 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반대를 위한 촛불 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농민단체 회원들이 28일 낮 남대문 앞에 벼 가마를 쌓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농민단체 회원들이 남대문 앞 도로에 뿌린 쌀 위에 '한미 FTA 저지'라고 인쇄된 종이가 떨어져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봄비와 우박·황사 등으로 얼룩진 궂은 날씨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농민·학생·시민들의 ‘막바지 분노와 저항’은 낮부터 밤늦게까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이어졌다. 전북 전주·군산·순창·정읍·고창 등에서 올라온 농민 40여명은 이날 낮 12시께 국보 1호인 서울 남대문 앞 도로에 40㎏짜리 벼 100가마를 쌓는 시위를 벌였다. 군산에서 농사를 짓는 이한새(40)씨는 “농업도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얘기에 항의하고자 모였다”며 “쌀에는 민족의 혼이 담겨 있는데, 국보 1호인 남대문도 시장 논리에 맡겨 팔아치우겠느냐”고 말했다. 농민들은 이 가운데 20여 가마를 뜯어 쌀을 길에 흩뿌리며 분노를 표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막으려는 ‘봉투 행동단’이 28일 협상장인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 앞에서 사자 얼굴 등을 그려넣고 “FTA 물어가라”고 적은 종이봉투를 머리에 쓴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 뒤로 협상장 하늘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글귀나 그림이 그려진 종이봉투를 얼굴에 쓰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봉투 행동단’이 28일 서울 하얏트 호텔 앞에서 열린 인권단체연석회의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앞서 37개 인권단체로 이뤄진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오전 11시 한-미 장관급 회담이 열리고 있는 서울 하얏트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활동가 313명 이름으로 된 선언서에서 “모든 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노동의 가치와 정치적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안 된다”며 “그 정당한 주장을 폭도로 매도하고 거리에서 발목을 잡는 국가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글귀나 그림이 그려진 종이봉투를 얼굴에 쓰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봉투 행동단’ 10여명도 이틀째 활동을 벌여 시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문화연대 활동가로 봉투 행동단에 참여하고 있는 ‘시락’(별명)씨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시민들을 만나, 평상적이지 않은 수단으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알리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회원들이 28일 협상장인 서울 하얏트 호텔 앞에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펼침막을 들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농민단체 회원들이 남대문 앞 도로에 뿌린 쌀 위에 '한미 FTA 저지'라고 인쇄된 종이가 떨어져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전종휘 전진식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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