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단’ 결의 싸고 논란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와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단이 잇달아 ‘3불 정책’(대입에서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 폐지를 요구하면서 3불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부 상위권 대학들의 주장을 일부 보수 언론들이 주된 의제로 삼아 부풀리면서 나온 것으로, 대다수 대학들의 뜻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영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안동대 총장)은 23일 “대교협 차원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않은 내용을 대교협의 일부로 볼 수 있는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단이 발표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공감대도 형성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명문 사립대 총장들이 주도해 회장단 회의를 통해 결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여입학제와 본고사는 일부 명문대를 빼고는 실효성이 없고, 실제 대부분의 대학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고교 등급제는 시골에서 지방 대도시로, 지방 대도시에서는 서울 강남 등으로 좋은 고교를 찾아 집을 옮기는 연쇄적인 ‘교육 이사’를 초래하고 사교육만 확대시킬 것”이라고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김성훈 상지대 총장은 “몇몇 대학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의견이 마치 전체 사립대 총장들의 의견인 것처럼 부풀려져 매우 유감스럽다”며 “3불 정책과 관련해 사립대총장협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설문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의견을 물어온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현청 호남대 총장도 “전체의 70~80%에 해당하는 대학들은 3불 정책이 유지되든 폐지되든 별로 관심이 없다”며 “22일 열린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단 회의에서도 3불 정책은 주된 논의 주제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최현섭 강원대 총장은 “현재 주어진 자율성만 잘 활용해도 할 일은 무수히 많고 대학의 경쟁력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대학들이 할 일은 안 해놓고 마치 자율성이 없어서 못하는 것처럼 둘러대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대학들도 1점이라도 더 맞은 학생들을 고르는 데만 힘을 쏟을 게 아니라 조금 부족한 학생이 들어오더라도 어떻게 훌륭한 인재로 길러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역 사립대에서도 신중한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철 한국외국어대 총장은 “기여입학제는 국민 정서상 시기상조이고, 외국에서도 대학마다 본고사를 치르지는 않는다”며 “3불 폐지에 대한 의지가 강한 손병두 서강대 총장 등의 의견을 갖고 마치 모든 사립대 총장들이 3불을 반대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22일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했던 대학의,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3불 정책과 관련해 지나치게 부풀려 당황스럽다”며 “이 때문에 회장단은 정부에 정식으로 건의하기로 한 5월까지 입을 다물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종규 최현준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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